20세기의 수많은 드라마 가운데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리는 세 재판이 있다.
그 하나가 「뉘른베르크 재판」.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주요 전범(戰犯)에 대한 「국제군사재판」인데 인도(人道)와 문명의 이름으로 열린 사상 초유의 전쟁범죄 재판이다.
독일 남동부에 소재한 인구 50만 안팎의 상공도시 뉘른베르크에서 1945년 11월20일에 개정, 46년 10월1일에 끝났다.
그 둘이 「도쿄사이방(東京裁判)」. 세계제패의 야망을 갖고 만주·중국·동남아의 여러나라를 침략, 대학살극을 벌인 전범자를 단죄한 재판인데 정식 명칭은 「극동국제군사재판」. 46년 5월3일에 시작, 48년 11월4일에 판결문이 낭독됐다.
이 재판에는 일본의 침략과 피해를 입은 11개국가가 참가했다.
그 셋은 미국민의 여론을 딱 둘로 갈라놓은 이른바 미국의 「오제이 심슨재판」.
미식축구의 명 쿼터백으로 아메리칸 드림(돈·명예·백인아내)을 성취한 심슨이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위계살인(僞計殺人)했느냐의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배심원들은 심슨에게 면죄부를 찍어 줬다.
몇년 전에 있었던 스릴넘치는 이 재판결과에 대해선 아직도 수긍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는 올해 초부터 세기적 재판을 지켜보게 됐다.
무대는 미국 상원이고 피고는 빌 클린턴 대통령. 죄목은 대배심에 대한 위증과 사법방해. 재판장은 대법원장 윌리엄 렝키스트. 유죄가 인정되려면 배심원인 상원의원(1백명)의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 의석분포(공화55, 민주45)로 보면 클린턴탄핵안의 통과는 불가능하다.
이 재판이 앞으로 언제 끝날지 또 어떤 평결이 내려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미국역사상 두번째로 중량감(重量感)이 있는 역사적 법정이다.
탄핵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장을 재판하는 것. 이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는가를 3자적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이 재판장의 임무이다.
렝키스트는 올해 74세의 위스콘신주 출신. 2차대전땐 공군에 종군, 보수파 법률가로 두각을 나타내 사법차관을 거쳐 닉슨에 의해 대법원 판사가 됐다.
그가 이번 재판에서 정치색을 어떻게 배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