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조기 탈당으로 집권초기부터 대통령이 무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 펼쳐지게 됐다.

미국식 대통령제 운영 및 여야와의 대화정치를 강조해온 노 대통령은 이번 탈당에 따라 적어도 외양적으론 여야를 넘나드는 초당적 국정운영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게 됐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정국의 가변성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초당적 국정운영 구상이 순탄하게 전개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해온 민주당이 '배신론'에 이어 '재신임' 문제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고 한나라당 또한 '정당 책임정치' 구현등을 이유로 '신당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은 향후 노 대통령의 초당적 국정운영의 환경 조성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정치적 여당'을 자임하고 있는 신당의 경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자세지만 원내 의석수나 당세면에서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노 대통령으로서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정치환경속에 신4당체제의 역학관계를 나름대로 활용해가며 국정을 펼칠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2차 추경안,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동의안, 각종 민생·개혁법안 등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주요 현안들을 감안해서라도 초당적 지위에서 야당을 포함한 국회와의 관계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이에 근거하고 있다.

민주당 분당과 미니 여당 탄생에 따른 '여소야대'가 특징인 신4당체제 속에서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힘의 정치'를 절실하게 확인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총리훈령 규정에 따라 내각과 각 부처 장관들로 하여금 여당에 집중했던 당정협의를 여야를 아우르는 정책설명회 등으로 대체해 정부-정당간 정책협의를 활성화하고 사안의 성격에 따라선 대국민 직접 설명, 이해단체와의 폭넓은 대화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선 국정감사후 통일외교통상위,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과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을 초청해 한-칠레 FTA 동의안및 농민지원법안 처리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문희상 비서실장은 “앞으로 이슈에 따라 상임위원이나 여야의원들을 그룹별로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장관들이 직접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대화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해 노 대통령과 내각의 국회 상대 대화 시도가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신당 입당 여부에 대해 청와대측은 “정기국회후 판단할 문제”라고 밝혀 향후 노 대통령이 국정지지도 및 대통령 신당적 보유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과 맞물려 어떤 선택을 할지도 총선정국에 미칠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