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 교수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이념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3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 및 한 라디오 방송 출연에서 "북한의 핵심세력이 정부내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변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핵심세력에서 컨트롤, 미화, 찬양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송두율씨를 정부가 나서서 위장잠입시키려 했으며, 그 배후와 의도를 다 수사하면 내가 말한 게 다 드러날 것"이라며 "공개방송에서 이같이 얘기할 때는 단순히 생각만 갖고 얘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박정삼(朴丁三) 국가정보원 2차장이 송씨 입국 1주일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사실을 지적, "(송씨 입국을 위해) 사전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권 차원의 기획입국이자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요원 교육 목적'이라는 국정원의 설명에 대해 "국정원 해외요원 교육은 절반씩 국내로 소환해 실시하며, 또 해외요원 교육은 2차장이 아닌 1차장 소관"이라면서 "송씨와 사전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근거도 없는 구시대적 색깔론"이라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나 대꾸할 가치를 못느낀다"고 반박했다.

또 정부 고위관계자는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 "국정원의 개혁조치 내용을 해외직원들에게 알리고 향후 개혁 방안에 대해 토론 등을 하기 위해 기획조정실장과 1,2,3차장 등 4명이 세계 거점지역을 나눠 방문했던 것"이라며 "이를 두고 마치 송 교수 문제와 무슨 직접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정책위 의장은 "국정원 조사, 검찰수사, 송두율 교수 진술 등이 종합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게 나와야 한다"면서 "냉전과 색깔론에 책임있는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정부와 집권당의 이념적 정체성 논란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한나라당의 마녀사냥 수법이 다시 도졌다"면서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이용해 내년 총선전략의 일환으로 현 정부에 대해 색깔공세를 펴고 있다"고 공박했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송씨 사건에 대한 국정원 발표와 송씨의 부인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신종 매카시즘"이라며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송 교수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측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초청자로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 "송 교수가 한국의 사법적 절차를 몰랐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까지 말을 안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