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경제부장)

세계최대의 재력가인 마이크로소프트사 빌게이츠 회장의 재산은 주가등락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지난해 말 현재 줄잡아 1천억달러에 달한다. 어느 호사가에 의하면 그의 재산이 지금까지처럼 해마다 61%씩 증가한다면 오는 2004년에 사상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서고 2005년쯤이면 영국의 국내총생산액을 앞설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빌게이츠가 쌓은, 세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재산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많은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두뇌자산이 그가 창출한 가치의 핵심동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두뇌자산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두뇌의 힘이 새로운 경제를 주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위한 새로운 길은 두뇌의 우수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뇌자산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보다 향상시키는 여건을 조성하는 나라는 희망이 있기 마련이다.

90년대 중반에 들면서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의 경우 “우리의 프론티어는 우리안에 있다”를 주창하는 민간인들이 펴낸 「21세기 선진국가전략 보고서」를 통해 두뇌자산화를 위한 획기적인 교육개혁을 추진중이다. 의무교육의 교과내용을 현재의 60%를 감축하고 주 3일제 교육으로 전환, 남은 시간은 예술과 스포츠를 비롯 개개인이 관심을 갖고있는 분야의 전문교육을 받도록 하는 동시에 세계화 마인드조성 차원에서 영어를 제2공용어로 정착시킨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 주축으로 지식주도 경제의 구축에 힘을 쏟는 영국은 청소년층은 물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교육에 보다 적극적이다. 기업은 종업원의 개인학습계좌를 만들어 자기계발비용을 지원케하는 한편 고도기술이 전수되도록 현대식 도제제도의 보급·확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적인프라 강국을 추구하는 싱가포로도 경제인구의 교육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보게끔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최근 과외허용으로 우리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과외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근절하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입시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이를 막을 묘안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있어 입시는 곧 신분상승 내지는 신분유지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력이 가장 활달한 청소년들의 두뇌를 자산화할 기본토양마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두뇌의 힘을 통해 이미 도래한 지적경제의 토대를 쌓기위해선 우선 시험점수보다는 창의력위주로 입시제도의 대변혁을 창출하는 사회적인 공감대확산과 함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아이디어와 그것이 창조해낸 테크놀로지와 비지니스모델이 높이 평가되는 싯점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목적도 결국 개개인은 물론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현실적인 면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생존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인 국민교육을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진국들이 두뇌를 자산화하기위해 국가적으로 기울이는 노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민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