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대통령 시절 청와대 모수석비서관의 `참모론'이 기억난다. 그는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자신 스스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의 뜻과 의지가 곧 자기의 뜻이자 의지”라는 지론을 입버릇 처럼 말했다. 그의 `그림자 보좌론'은 대통령의 참모가 지녀야할 덕목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부분으로 현재 대통령을 모시는 측근들이 한번쯤은 음미해 볼만 하다고 본다.

金大中대통령과 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벌써 달포가 지났다. 지난 6월15일 남북 공동선언 발표 당시 벅찬 감동은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남북이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크나큰 수확이다.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들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G8(세계주요 8개국) 정상들이 21일 오키나와에서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한데 이어 26일 방콕에서 남북외무장관회담이 사상 최초로 열리며 오는 29일에는 남북장관급회담도 서울서 개최된다. 특히 8.15 광복절을 기해 남북 이산가족 1백명씩 상호교환 방문키로 하고 방문단 마지막 선정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훼손시킬 우려가 높은 실언들이 대통령 참모와 측근들로부터 잇달아 발생, 파문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되어 자신을 감추어야할 사람들이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북한을 다녀온 한 민간대표가 북한 노동당 규약개정 의사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朴在圭통일부장관은 金正日위원장이 공동선언에 서명을 안할려고 고집부렸다는 뒷얘기를 털어놔 큰 파문을 일으켰다. 급기야는 黃源卓외교안보수석이 “金위원장이 金대통령에게 돌아가 달라고 해서 당황했다”고 언급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 참모가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나 주변 사람들은 말을 극도로 아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동서독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룰 당시 주역이었던 콜총리의 측근들은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실들 조차도 모른다고 일관했던 철저한 책임감을 대통령 참모들은 당장 배워야할 것이다. 아무리 남북정상회담 성과가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자랑하고 싶더라도 회담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결코 안된다. 대통령 참모들은 국민들에게 홍보이상의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말을 아끼기 바란다.

아울러 대통령 참모들은 정상회담 이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南南간 갈등 해소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 참모들의 역할은 바로 이 점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일도 통일을 앞두고 여야간 심한 의견차이를 드러냈다고 한다.

대통령 참모들은 어떻게 하면 南南간 갈등을 최소화 시킬지, 또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시는 남북공동선언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도록 해야할 책임이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들에게 있슴을 명심해야 한다./김인수(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