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는 결국 미국민에게 행복한 결말을 안겨주며 한편의 해피엔딩 드라마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에게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룬 위대한 결말에 대한 여운이 여전하다. 미국 대선 투쟁이 35일간의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막을 내렸다.
 승자는 조지 W 부시 후보. 당선자는 법원에 의해 결정이 났다. 양측의 개표 논쟁에 대해 최종 심판자가 된 것은 연방대법원이었기 때문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2일 플로리다 일부 투표용지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명령한 주 대법원의 결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선거인단의 과반수가 넘는 271명 확보를 굳히게 된 부시후보가 미국의 제43대 대통령 당선자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양측의 싸움은 지난달 18일 플로리다주의 개표에서 부시후보와 고어후보의 득표 차가 0.5%이내가 되면서 주법에 따른 자동 검표를 고어후보측이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기간동안 양측은 상대를 몰아세우는 공방전을 펼쳤으며 상대를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교과서'라는 미국의 자부심은 상처를 받게 되었으며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 특유의 선거제도는 득표수에서 앞서고도 패자가 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주목할 것은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내려진 직후 보여준 양 후보의 모습이다. 투쟁 일변도의 국면은 사라지고 화합과 단결의 형국으로 반전됐다.
 대통령 당선자인 부시후보는 패자인 고어를 위로하는데 인색함이 없었으며 대국민 연설에서는 자신은 한 정당이 아니라 한 국가를 위해 선출됐다며 `초당적'이라는 단어를 통해 국민적 단결을 호소했다. 이에앞서 고어후보는 패배를 시인하는 연설문에서 비록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부시당선자를 위해 단결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도 차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합해주기를 간절히 요청했다.
 결국 선거의 후유증을 위대한 격려로 일거에 치유한 두후보는 승자와 패자가 아닌 미국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진정한 협력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두 후보는 19일 회동을 통해 두갈래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고 상생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한다.
 미 대선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감동을 느낀 것도 잠시, 초라한 국내정치 현실을 호흡해야 하는 우리의 가슴은 더욱 답답할 뿐이다. 현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 정당들은 화합과 단결의 모습은 뒤로하고 끝없는 대결 구도속에서 당리당략만을 위해 이전투구하며 보냈다. 특히 경제가 다시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에서 정당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아직도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단한 체력이 아닐수 없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답답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겉도는 국정운영, 매일 반복되는 여·야다툼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서민경제는 멍들고, 나라경제는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미 대선을 바라보며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덕목을 되새겼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도 아닌 것 같으니 더욱 답답하다. <윤인철(정보자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