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새로운 역사가 울려퍼지던 첫 한해를 보내고 이제 2001년 辛巳年을 맞았다.
 우리는 1년전 커다란 희망과 새로운 각오로 대망의 새천년을 열었으나 혼돈과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한해는 우리에게 짙은 회한만 켜켜이 쌓아놓은채 이제 신세기의 여백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참으로 신문과 방송뉴스조차 보기 싫은 날들이 너무나 많았다.
 참신하다고 믿었던 스무살 남짓한 젊은 벤처기업 사장은 주가 조작의 장본인으로 타락했고, 돈을 맡긴 금융기관은 부실 판정을 받는등 나라 경제가 총체적으로 엉망이어서 모두가 살맛이 안난다고 난리들이었다.
 IMF를 조기 졸업했다는 들뜬 사회분위기는 간곳없고 언제부터인지 안개처럼 슬그머니 다가선 경제위기의 그림자에 이제는 지쳤다며 아예 이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믿음과 신뢰를 상실한 척박한 사회환경에서 도저히 살수 없다며 IMF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이민이 지난해에만 무려 1만5천여명으로 조국을 등지고 떠나 투명성이 보장되는 나라로 이민을 떠났다.
 이처럼 내 나라에 살기 싫다는 이민이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부 황금족들은 남의 일인양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고 수십억짜리 호화빌라와 고가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뉴스등 서민들에게 진한 상대적 박탈감을 강요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라는 자리에 앉아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상을 보여준 옷로비 사건은 평범한 시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은 물론 닮아 살아갈만한 삶의 표상이 사라진 것에대한 실망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하였다.
 더구나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해가 엇갈리면 대단한 일이나 일어난듯 날이면 날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상대방을 헐뜯는 성명전과 논평을 내느라 국민들의 피곤한 삶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러한 정치싸움(?)을 위해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서민들은 무엇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삶터를 기름지게 하는 것인지를 분별하지 못한채 `사는 기쁨'을 빼앗기고 있다.
 기름진 삶터를 바라는 서민들 사이에 소외감이 팽배하고 사회전체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국민정서도 점차 메말라가고 있다.
 지난 IMF 환란때만해도 온 국민이 한마음이 돼 국난 극복에 앞장서 금모으기 운동에 기꺼이 동참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금반지를 내 놓았던 `우리'라는 공동운명체는 간곳없이 나만의 입장, 우리편의 승리만을 생각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불신이 만연한 사회가 돼가고 있다.
 그동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평행선만 달리는 상극의 집단은 말없이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했고 일관성 없는 정책에 따른 혼선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
 이제 새로운 21세기를 맞아 우리 정치인과 경제인, 국민 모두가 극복해야할 최대 과제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서로를 믿을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정치지도자나 기업인 일반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 지난해의 혼란과 정체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이 시작한다는 결의와 각오로 심기 일전 해야만 한다. <김종남(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