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은 패션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설이 있다. 혁명이후 생성된 새로운 사회기류가 프랑스여성들이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삼각형모양으로 밑으로 부풀린 거추장스런 치마를 벗게해 비로소 신체의 자유를 만끽하게 만들어주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혁명이 미(美)의 가치까지 바꿔 여성들에게 자유를 찾아준 셈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정치환경의 변화가 어디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지만 당시 보수적인 이들은 이러한 파격적인 패션의 변화를 보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본보기로 세상이 망할 징조가 아닌가”라고 개탄했음직 하다.
 모럴 해저드가 무서울 정도로 만연되어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의 빈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인의 경우 정도가 한층 더 심각해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국민적인 노력을 일시에 물거품으로 만들지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나라경제를 수렁으로 빠트린 대우사례에서 보듯 재벌총수의 정상적인 궤도이탈에 따른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 70조원의 빚을 남긴 대우 김우중회장은 금융권부실과 함께 관련 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러왔고 이를 해결하기위한 막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국민의 혈세를 축내게 했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범양상선의 유병무 법정관리인의 경우 부도난 기업을 살려내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를 십분활용, 공금을 빼먹기도 했다.
 벤처기업인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업계에서도 선망의 대상이던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사장, MCI 코리아 진승현대표는 불법대출과 주가조작으로 국민의 희망을 실망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벤처기업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인 포지티브 모험정신을 이들은 네거티브 모험정신으로 바꿔 개인적인 치부와 기업확장에만 열을 올려 대다수 성실한 벤처기업인까지 도매금으로 망가지게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업인의 모럴 해저드를 개인의 도덕성으로 보지말고 제도적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일관적인 처벌로 이러한 모럴 해저드가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과 허술한 사회시스템보다는 총체적인 국가규범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모럴 해저드에서 헤어나지못하고 있는 상당수 지도자급 인사들이 더 큰 문제다. 왜냐하면 이들의 일탈된 행위가 계속되는 한 이를 본받는 부도덕한 사회적 관행은 보다 더 증폭되고 또 이것이 결국 총체적으로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프랑스혁명이라는 정치환경의 변화가 패션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듯이 우리 정치권이 추구하고 있는 최고가치가 정권획득이 아닌 국리민복으로 바뀌어야 비로소 사회가 교과서적으로 바뀌고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당적이적이니, 안기부 선거자금이니 하며 배타적 정쟁으로 민생을 놓고있는 정치판을 보면 그들 스스로가 정치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모럴 해저드에 빠진 정치환경을 바꾸지않는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국민적 자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진정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러한 노력이 국민의 몫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때다. <이용식(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