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행들은 신용거래실적(Credit history)을 평가할수 있는 근거가 없으면 절대 신용카드를 내주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의 금융거래 실적을 신용점수로 계량화해 철저히 관리하고 그 점수에 따라 대우를 달리한다. 때문에 미국인들은 학교성적을 관리하듯 신용유지에 신경을 쓰며 그 정도는 철저함을 넘어 완벽에 가깝게 의식화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은행들이 사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채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 신용불량자를 양산시키는가 하면 개인파산은 물론 금융기관부실과 국가신인도 약화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은행의 주도아래 형성된 신용의식이 미국사회 기본 인프라의 한축을 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카드시장을 놓고 벌이는 은행 및 카드사들간의 과당경쟁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현재 24개 신용사업자가 고용한 3만1천여명의 모집인들이 길거리를 비롯 각 사무실 등을 주무대(?)로 무차별적 회원가입을 종용하고 있다. 모집인 숫자는 99년 7천563명에 비해 4배이상 급증한것이다. 그것도 온갖 유혹과 경품제공을 미끼로 유치경쟁을 벌이면서 신분이나 명의 도용사실도 확인하지 않은채 가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개인 신용도에 대한 조사는 형식적이기 일쑤다. 그리고 은행은 가입자가 빌린돈을 제때 갚지 않을 경우 곧바로 과중한 연체금리를 적용하고 결국에 가선 신용불량이라는 멍에를 씌워 개인파산과 가계파산으로 내몰고 있다.
 금융기관에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이 지난 2월말 현재 242만9천857명으로 성인 10명당 1명 꼴 이라는 수치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소년 불량자도 855명이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10대의 경우 은행대출을 받을 수 없고 만 18세 이상으로 소득이 있는 경우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카드 빚 일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불어나는 연체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자포자기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신용카드사의 연체금리는 연 24~29%, 은행은 18~19%수준. 현재 은행권의 대출금리가7.2%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 할 때 최고 4배 가량으로 살인적이다. 때문에 연체금리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지만 카드회사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카드사 끼리 비슷한 연체이자율을 적용, 담합 의혹까지 보이고 있다. 모두가 가입자들을 봉으로 치부하고 지나치게 높은 연체이자를 적용, 신용위험의 관리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는 행태다. 그러니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신용불량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다. 하지만 본인의 책임 이전에 그런 상황에 처할수 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도 책임은 분명히 있다. 아니 제일 큰 책임일지도 모른다. 침체된 경제, 부의 편중심화, 실업급증, 주가하락등으로 남의돈이라도 빌려 쓰지 않으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서민들의 삶이 요즘의 사회적 현실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나 관계당국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신용은 경제적 사회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며 이같은 요소를 지키고 관리 하는것도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경제가 우선하는 사회에선 말이다. <정준성(인천본사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