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의 싱그러움에 아침 창문을 활짝 연다. 초여름의 상큼한 냄새가 코끝
을 스치며 뇌리를 산뜻하게 한다. 6월의 시작이 상쾌한 느낌이다. 아침 출
근길도 착착함 보다 무엇인가 희망을 찾는 기대감이 앞선다. 그러나 한편으
론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와 개혁, 경기침체로 인한 고통으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긴긴 겨울 날
씨처럼 침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과거의 극한적 상황 보다는 다소 나아
졌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노사간의 불안정은 계속
되고 체감경기는 아예 실종상태라고 아우성 들이다.
인간미가 상실된채 경쟁과 이기심만 가득하고 경쟁에 뒤처지는 것이 두려
워 음해성 루머를 만들고 이간질과 충동질을 서슴지 않으면서 불신을 조장
하는 이들이 판치고 있는 것도 현실의 상황이다.
  개인대 개인, 조직과 조직, 혹은 지역과 지역의 이기심이 혼재하면서 우
리 사회에 불신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즉 서로의 믿음이 없어지는 신뢰파괴 시대를 맞고 있
으며 책임회피만 팽배한채 오직 경쟁 의식만이 남아있나 하는 착각에 빠져
들게 한다.
얼마전 한 해외 이민·유학 박람회 행사에 5만여명의 인파가 운집했다는 소
식은 너무도 우리를 서글프게 했다. 나라를 떠나겠다는 이유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니, 대체 교육에 대한 불신이 얼마
나 깊기에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박람회와 해외유학박람회장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자녀들에게 입시
지옥의 스트레스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고 불평등이 판치는 교육현장이 싫
어 나라를 떠날 마음을 먹고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단
면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충격은 그 어느 강도보다도 큰 쇼크가 아닐 수
없다. 부언하면 교육이민이 사회현상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욱 그렇다 할 수 있다.
그동안 교육부장관이 바뀔때마다 치적위주의 전시효과에만 관심을 둔 교육
정책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교실붕괴를 낳게 되고  드디어는 공교육에 대
한 불신을 초래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왕따현상이 보편화되고 학교 교육
에 대한 불신은 학부모와 학생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만들었던 것으로 원인
이 파악된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졌는지 한 개인으로 안타
까운 마음 뿐이다.
교육현장은 그렇다치고 요즈음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신뢰는 커녕 불
신 그 자체로 비쳐지고 있다.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돌출된 여권내의 쇄신운동을 둘러싼 갈등과 함께 여
야간의 힘겨루기식 샅바싸움은 많은 선량들에게 정치불신이라는 또다른 풍
조어를 만들어 냈다.
감청이나 도청 문제도 이 사회에 믿음을 깨는 한 원인으로 등장한지 오래됐
다. 얼마전 현직 국무총리도 도·감청을 우려해서 인지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다는 목격담이 장안의 화제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퍼져있는 불신풍조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회복이다. 신뢰는 가장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
회에 만연되고 있는 불신풍조를 대신할 수 있는 신뢰의 회복이 절대적이라
할 수있다. 곧 신뢰회복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수 있으며 반목과
질시를 없앨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