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우리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부터 받았던 구제금융을 모
두 반환했다. 지난 97년 12월 환란극복을 위해 IMF로 부터 차입한 195억 달
러중 잔액 1억4천만 달러를 당초계획보다 2년9개월 앞당겨 변제한 것이다.
신문마다 IMF졸업을 대서특필했고 국민 모두 묵은 체증을 털어버린 듯한 기
쁨을 맛봤다.
IMF경제체제가 우리에게 안겼던 좌절은 심대했다. 치솟기만 했던 한국경제
가 한순간에 붕괴되면서 겪어야 했던 국민적 자괴가 그만큼 깊었던 것이
다. 그러니 'IMF 졸업' 소식은 지리하게 서로를 물고 무는 삭막한 정치판
싸움에 답답증이 나던 국민들에게 모처럼 달디 단 뉴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IMF는 끝났으나 IMF가 남긴 충격과 고통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대량실업 사태의 그늘아래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서민들은 3년이 지난 아
직까지 생활고와 가정파탄, 실직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IMF체재 조
기졸업 소식이 남의 일 같기만 하다.
특히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중산층이 서민층으로, 또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도미노식 가정파산이 이어지면서 급증한 결식아동들에게 IMF는 현
재진행형이다. 부모의 실직과 결손가정이 되는 바람에 한참 동심의 세계에
서 꿈의 나래를 펴야할 어린이들이 날개를 접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이
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에는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의
숫자가 IMF 때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
는 지난 6월말 현재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가운데 10만3천4명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결식아동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의 9만1천13명보다 13.2%나 늘어난 수치이며 수도
권 전체 학생 370만9천818명 가운데 무려 2.8%에 해당된다.
그중 경기도는 올해 결식학생이 4만5천952명으로 지난해의 3만6천534명보
다 9천418명(25.8%)이나 늘어났다. 이는 도내 전체 초·중·고생 166만1천
959명의 2.8%를 차지하는 수치다. IMF때인 97년에는 906명에 불과하던 것
이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98년에는 2만1천644명, 99년 3만3천379명으로 급격
히 늘어나더니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생활기초법에 의한 수급자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결손가정이나 실직한 가장이 줄지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먹을 쌀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빈곤으로 인한 가정해체 현상이 잦아지
면서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없는 환경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결식아동들이 밥먹을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방학중에 식
사를 하라며 나누어준 2천원짜리 식권으로 동네지정 식당을 이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결식아동들은 공짜밥을 먹는 것을
굶는 것보다 싫어하기에 방학을 맞아 배고픈 여름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IMF를 졸업을 목전에 둔 금년 상반기에 오히려 결식아동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니 정부는 이를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정부의 장부상으로는
IMF 빚을 모두 갚았으니 경제한파가 모두 끝난 것으로 기록됐을지는 몰라
도, 아직도 많은 가정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아이들이 아무 대책없이 방치
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히 현실이다.
가정파산에 의한 가족해체와 결식아동 증가세가 계속되는 한 IMF졸업을
선언할 수 없다. 진정한 IMF 졸업은 방학이 무서운 결식아동들과 해체된 가
정이 다시 모여 단란한 가정을 이룰 때만 가능할 것이다.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그어느때보다도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종남(편집부국장)>김종남(편집부국장)>
아직 끝나지 않은 IMF
입력 200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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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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