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의 기본은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공정하고 합리적인 틀, 신뢰받
는 지도층,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등으로 요약할 수있다. 그런데 요즘 우
리 사회는 이런 기본적인 형태들이 스스로의 무질서와 맹목적인 집단의식등
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몇년 동안 짓눌려오던 외환위기의 그늘에서 형식적으로는 완전히
벗어났다. IMF로부터 빌려온 마지막 수십억달러를 최근 조기상환하고 실질
적으로 경제주권을 되찾은 것으로 정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현
재 외환위기에서부터 비롯된 경기침체에서 탈출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이다. 단지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개인적인
초조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현실의 상황은 인간미가 상실된채 경쟁과 이기심만 가득하고 경쟁에 뒤쳐
지는 것이 두려워 음해성 루머를 만들고 불신을 조장하는 이들이 판치고 있
다. 개인대 개인, 조직과 조직, 혹은 지역과 지역의 이기심이 혼재하면서
우리 사회에 불신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
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즉 서로의 믿음이 없어지는 신뢰파괴 시대를 맞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다시 부언하면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과 때늦은 이념논쟁, 너 아니면 나라
는 식의 극단적인 감정적 대립, 패거리문화의 재등장등이 우리 사회의 공동
체를 위협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장 같은 혐오시설은 결사 반대하면서도 카
지노 같은 수익시설은 앞다투어 유치하는 이른바 님비현상의 만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있다.
 지금과 같은 역사적 과도기에 이런 모든 일이 순탄할 수는 없지만 위에
서 언급한 것과 같은 사회전반의 소모적 대립과 아노미 현상이 이미 도를
넘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10대 소녀들의 성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이
를 이용한 어른들은 욕심 채우기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회지도층들도 포
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네 사회가 왜 이 지경까지 왔나 허망할 뿐이
다. 생활비를 보탠다는 명목으로 거리나 노래방으로 몰려드는 일부 30~40
대 아줌마들의 탈선 행위등을 보면서 우리의 현재 위치가 왠지 서글프게 느
껴지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들을 이성과 절제, 자율과 책임, 준법와
질서와 같은 시민윤리가 결핍된 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안
타까운 형편이다.
 이와 함께 공동체의 해체 조짐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에
실망한 학생들은 너도나도 선진 유학길에 나서기위해 분주하고 이에 동조
한 부모들의 이민 열풍도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웬만한 해외 이민·유
학 박람회 행사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운집하고 이유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가 아니라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니, 대체 교육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기
에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자문하지않을 수없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
이 벌어졌는지 한 개인으로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교육현장은 그렇다치고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신뢰는 커녕 불신 그
자체로 비춰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대략 10여개월 앞두고 출마예상후보자들
의 탈·불법 사례들이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는 아예 현직 단체장들이 고유 업무는 등한시 한채 주민들과의 접촉으로 하
루를 보낸다고 소문이다. 주민들의 혈세가 숙원사업과 민원해결이라는 이유
로 자신들의 입지 구축을 위해 마구잡이로 투입한다는 설도 있다. 정적들
을 헐뜯고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고 지역의 여론은 아예 양분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과 의견이 같지 않으면 적이고 같으면 동지라
는 극단적인 사고가 어느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이런 모든 것들을 떨쳐버리고 우리 사회의 화합을 위해선 이젠 기본을 세
워야 할 때가 됐다. 바꿔말하면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이 모든 사회적 병
폐를 해결할 수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신뢰를 회복할 수있는 기본을 수립
하는 것이다. 곧 민주사회의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회복만이 우리 사회를 건
강하게 만들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宋潾鎬(정치.사회담당>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