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경기도의 어느 시골에 김서방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이집엔 유
독 빈대가 많았다. 낮잠을 자다 빈대에 물려 잠이 깬 김서방은 화가 머리끝
까지 솟았다. “이놈의 빈대 잡히기만 해봐라.” 하지만 빈대란 미물은 보
통 재빠른게 아니라 쉽게 잡히지가 않는다. 성미급한 김서방은 홧김에 집
에 불을 질렀다. 빈대는 잡았지만 김서방의 유일한 재산인 초가삼간은 한줌
재로 사라졌다. “아차”하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놈의 빈대때문에”라고 투덜거렸지만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집에 불을
지른건 김서방 자신인데. 이때부터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
는 속담이 생겼다던가.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
다. 자고나면 발생하는 집단민원도 그중 하나다. 동료가 구속됐다고 검찰청
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농성을 시작하고
파업을 한다. 공동체라는 집이 무너지는 것에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
다. 오직 내몫만이 중요할 뿐이다.
대규모 공사만 시작되면 으레 따라붙는게 집단민원이다. 아파트 단지가 들
어서든 쓰레기 소각장, 관공서 신축같은 공익적 시설이 만들어 지든 주민들
은 일단 들고 일어난다. 환경권 침해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시청등 관
공서를 찾아가 농성도 벌인다. 공무원들의 멱살을 잡는 일도 자주 벌어진
다. 기관장실에 드러눕는 일도 흔한 광경중의 하나다.
일이 이렇게 된데는 민선단체장을 포함한 공직사회의 소신없고 무원칙한 행
정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법과 원칙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업체에 부담
을 지우든 예산이 낭비되든 그것도 뒷전이다. 어떻게든 해결부터 하라고 담
당자를 윽박지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직사회는 민원노이로제에 걸려있
다. 집단민원이 발생했다하면 요구사항이 옳은지 그른지를 검토해보기도 전
에 무조건 해결부터 하려고 덤벼든다. 공사 담당자를 불러 닦달하고 민원
이 원만하게 수습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수없을 것이라고 겁까지 준
다. 업체에선 억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흘기는 관청이 무서워 민원인들
의 요구를 들어줄수밖에 없다.
일단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시위와 농성이 벌어지면 이런 식으로 해결해온것
이 우리사회의 아주 잘못된 관행이었다.
이런식이다 보니 억지민원이 아주 흔하고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정당
하든 그렇지 않든 시위를 벌이고 농성을 시작하면 에어컨 하나라도 건질수
있다. 고함만 지르면 무언가 과실이 떨어진다는 사고방식을 국민들에게 심
어줬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해서 법과 원칙이 무너
지고 목소리 큰 사람만 몫을 챙기는 세상이 되면 사회의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그로인한 피해는 목청이 커서 남의 몫까지 챙긴 사람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지게된다.
지금부터라도 법과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잘못된 요구조건이라면 시위
와 농성,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들어주면 안된다. 비난이
무섭고 표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여 처음엔 힘들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가면
모두들 원칙으로 돌아가게 돼있다. 그렇게 되면 표도 모이고 민원도 줄어든
다.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더이상 범해서는 안된다. 쥐 잡
으려다 장독깨고 눈앞의 작은이익에 집착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잘못
을 거듭해서도 안된다.
당장의 민원이 무서워 해야할일을 미루고 집단의 목소리가 겁나 무조건 들
어주고보는 우(愚)가 계속된다면 공동체라는 초가집은 빈대때문에 무너지
고 만다. <박현수(사회팀장)>박현수(사회팀장)>
초가삼간 태워 빈대잡기
입력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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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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