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문학산(높이 213m)은 학산 또는 남산, 배꼽산, 봉화둑산 이라고도 불리는 인천의 진산이다. 비류·백제의 역사가 서려있는 이곳에선 선사시대 유물인 지석묘를 비롯 돌도끼·돌화살 등 신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됐고 신라 때의 유적인 문학산성이 현재까지 일부 남아 있다. 또 고려시대의 문학사지, 조선 전기건물인 문학 문묘와 인천부청사의 일부가 남아 있는 유적지이기도 하다.

이런 문학산 정상에 언제부턴가 레이더 기지가 둥지를 틀었다. 이는 주한미군이 지난 60년대 문학산에 레이더기지를, 그리고 70년대초 동춘동 봉제산에 미사일기지를 설치, 운영해 오다 지난 77년 7월 한국군으로 관리권을 이관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98년 12월4일 봉제산 미사일부대에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발사명령 회로이상으로 오발사되면서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나는 바람에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연수구 전지역에는 미사일 연료로 타다남은 카본이 공중에서 흩뿌려져 시민들은 한때 무슨 전쟁이 난 게 아닌가 사뭇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시는 이후 지난 99년 군당국과 공군 미사일부대 이전을 대토 양여조건으로 협의해오다 문학산기지는 영종 백운산으로, 봉제산기지는 그 옆 금산지구로 '국방군사시설 이전에 관한 합의서'에 날인하기에 이른다. 그런 인천의 미사일기지가 이번엔 송도신시가지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천시가 미사일기지 이전문제를 송도신시가지 개발과 연계해 '토지이용 제한지역의 토목, 건축공사 등은 부대이전 시설공사 착공후 실시하되 상주인구 입주는 부대이전후에 한다'는 얼토당토아니한 합의각서를 써줬기 때문. 이 합의각서로 송도신시가지 개발문제는 미사일기지 이전과 연계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영종지역 미사일기지 이전문제와 관련 영종주민들은 그동안 나름대로 반대논리를 전개하며 치열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영종지역 주민 800여명이 국방부청사까지 원정을 가 미사일기지 영종이전의 부당성을 시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종지역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향후 계획인구 20만명이상의 상주인구가 사는 국제자유도시로 확장된다. 특히 공항개항으로 2012년 영종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내·외국인을 합쳐 연간 2천700만명으로 예상되는 지역일 뿐 아니라 인천공항 2단계 공사 등 최종단계가 완료되는 2020년이면 연간 1억명의 여객과 53만회의 항공기가 이·착륙한다.

이러한 곳에 미사일부대가 있어야 하는가는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한다. 이번 송도미사일기지 영종이전 문제의 잘못된 점은 인천시와 군당국이 인천국제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주민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데 있다. 지금까지 인천시가 보여준 행태로 인해 지금 지역주민들의 시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미사일기지 이전문제는 군사전문가들이 검토해 판단하고 관계기관이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특정지역으로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면 사전에 지역주민에게 설명하고 그러한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 행정이란 서비스, 공개, 투명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주민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행정을 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주민들에게 의혹을 갖게 만든 인천시는 책임지고 이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천시는 재경부와 국방부 등 중앙부처와 다시 협의해 송도신시가지 개발을 가로막는 얼토당토 않은 합의각서를 먼저 바꿔야 한다.

다행히도 인천시는 현행 합의각서를 '토지이용 제한지역의 토목, 건축공사 등은 공사소요 기간 및 이전시설공사 등을 고려하여 실시하며 상주인구의 입주와 부대이전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조만간 바꾼다는 소식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송도신시가지 개발문제가 더이상 미사일기지 이전문제에 발목을 잡혀선 안된다. <전명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