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6월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세월에서 6월은 민족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으로 남았던 적이 있다. 민족 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그랬고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6월 영령들의 함성이 있어서 그렇다.

또 지난해 한·일월드컵 경기를 기점으로 민족의 웅비를 알리는 환희와 열광의 함성이 전국에 메아리쳤듯이 6월은 우리에게 명암을 동시에 가져다 준 부침의 달로 기억된다.

올해도 영락없이 6월은 왔으며 벌써 중반을 넘기고 있다. 그래도 올해의 6월은 과거와는 달리 최루탄도 없으며 지난해처럼 열광의 환호도 없다. 단지 미군장갑차에 치여 숨진 미선, 효순과 6월 호국영령들의 추모 행사만이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한 채 넘기고 있다. 왜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동안 떠들썩했던 행사들에 많은 국민들의 호응이 사라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한 것 같다. 우리는 현재 너무 지쳐있어 여유로운 마음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계속되는 경제침체는 그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 각 부분은 욕구의 분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목소리가 작으면 배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신 소외론이 우리들의 의식에 팽배, 시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돌보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마저 실종상태인 것 같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의 한 근간을 이루던 도덕적 윤리가 무너지고 국가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목숨까지 바쳐 지켜내던 직업윤리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탕주의 풍조로 인해 거액의 횡령사건이 비일비재하며 굵직굵직한 뇌물사건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의 측근도, 군장성도, 고위공무원도, 정치인도, 심지어 종교인까지 뇌물과 직권남용 등으로 줄줄이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고 있다. 국가기강의 해이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불신만이 가득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 참여정부의 장관들이 잇달아 고발사태에 휘말리는 등 정부 권위가 급속히 추락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던 도하개발아젠다(DDA) 지방설명회가 현지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공인중개사협회는 고위 공무원 땅투기 명단 공개를 이달 말까지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몇몇 이익단체들은 현직장관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내건 탈(脫)권위가 무(無)권위로 뒤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바꿔 표현하면 정부의 권위와 신뢰는 땅에 떨어지는 국가기강 해이현상만이 남아있다고 하겠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물론 우리는 각 경우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국가 기강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정도가 심해질수록 수습을 넘어 사회이완과 일탈행동이 보편화 될 수가 있으며 이는 곧 국가의 혼란과 심지어 국민들에게 불안과 불신만을 남길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방종은 또다른 무질서를 낳고 무질서는 법경시 풍조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마저 파괴될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발 빠르게 치료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우리들 각자에게 있으며 각자의 반성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사회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조성돼온 데는 정부도 큰 책임이 있다.

다시말하면 최근에 파생되는 고질적 병폐는 국가권력과 정부정책에 대한 집단적 저항과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정부의 허약한 자세에 대부분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를 사회의 한 속성으로 인정하는 전제가 가능하다면 결국 문제는 그를 적절하게 조정하지 못하는 정부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 일부 재벌의 조직적 저항 등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부가 공직자들에 대한 일부 이익단체들의 고소·고발 사태까지 몰고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법과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특히 정부의 특별한 노력이 아쉽다 하겠다./송인호(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