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때쯤이면 우리들 마음은 아쉬움과 후회로 왠지 모르게 공허하다. 모든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아쉬움이 많은 한해여서 그런가 보다. 왜 이렇게 여유없이 허겁지겁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 안타까움만 남는다. 사상유래없다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고달픈 일상에 지친 서민들로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우리 사회의 신용불량자들이 무려 360만명에 이르고 있다. 100명당 16명이 신용불량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하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또 평균 가계빚이 3천만원선에 육박하고 있다는 우울한 통계도 발표됐다. 서민생활의 어려움과 각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서민들이 올 겨울을 걱정하며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카드빚을 갚기위한 생계형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말 숨진 어머니 시신옆에서 6개월동안 지낸 어느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을 때, 남의 일이라고 애써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암울하고 슬픈 일들이 주위에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올 초 우리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참여정부가 탄생, 기대와 희망이 교차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기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러왔던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는 개혁의 기치만 있었을뿐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온통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듯 아수라장이다. 대통령 측근 비리의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야당의 불법 정치 자금 수사 탓인지 경제는 더욱 꽁꽁 얼어붙어 현재로선 풀릴 기미조차 없고 서민을 위한 정책은 구호에 그치며 효과는 미약하다. 여기에 카드대란 우려까지 겹치면서 서민경제는 그야말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서민들의 아픔을 얘기하는 것조차 잘못된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서민들이 더욱 허탈한 것은 부자들의 파워게임인 부동산투기 현상이라 할 수있다. 강남과 재건축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 현상은 수도권 일대를 휩쓸고 전국을 강타하면서 '땅찾아 삼만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밤새 2~3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졌고 새로운 부자들이 이 땅에서 태어날 때 그야말로 서민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투기행렬은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극단적인 계층 구분을 심화시키며 극빈과 영세민층을 크게 넓히는 결과를 낳았고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그런지 요즘 부쩍 주변 이웃들의 슬픈 사연들이 다시 귓가를 맴돌고 있다. 보육원이나 양로원등 불우이웃들이 있는 시설원들은 더욱 썰렁하다는 소문이다. 그동안 도움을 주던 기업체나 후원자들이 사정이 어려워져 지원을 중단하는 일이 허다해 졌으며 특히 일부 시설원들은 월동 준비조차 못해 관계자들이 걱정으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아예 독지가들의 발걸음이 전혀 없는 곳도 많다고 한다.
남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껴서 연민을 갖는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란 말이 있다. 요즘처럼 어렵고 각박한 세상살이에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말이다. 어려울때 불우이웃을 돕는 사람을 보면 의외로 자신도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이 적은 돈이나마 조용하게 불우이웃 돕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때마다 어느덧 우리 마음은 훈훈하다. 계미년 세밑 우리들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져보자. 우리 모두 어렵고 힘들더라도 마음을 열고 나눔의 기쁨에서 행복을 찾아보자. /송인호(정치부장)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참뜻을 되새겨보자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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