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이 교육부총리에 내정되자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TV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안어벙'같은 얼굴로 무슨 이같은 '생뚱맞은' 인사가 있느냐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네티즌 설문조사에사도 80%가 임명에 반대했고 교총이나 전교조, 시민단체에서도 반대여론 일색이었다. 교육을 경제와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안되며 교육비전문가라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과의 연계를 위해 일종의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다분히 해볼 만한 '실험'이라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인사다. 김부총리는 80년 이후 24번째 교육부총리(장관)다. 정치인이 장관을 맡은 것은 98년 이해찬 장관 이후 두 번째다. 경제전문가로는 물론 처음이다. 정치인 이해찬 장관이 교육계나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물러났기에 이번에도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김부총리의 출발은 그 누구보다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003년 1월 당시 노무현 당선자는 전성은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 원혜영 부천시장과 만나 '임기내 1~2년 안에 교육에 큰 변화를 일으킬 방법은 없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15년은 지나야 바로 잡힌다’는 전 교장의 말에 '진짜 방법이 없냐’고 다시 한번 물었다. 교육개혁이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답을 들은 것이다. 그만큼 노 대통령이 교육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전 교장을 교육혁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이나, 윤덕홍 당시 대구대 총장을 초대 교육부총리로 임명한 것도 교육개혁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이기준 파문'이나 '김효석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 제안' 이후 또다시 김진표 카드를 들고나와 깜짝쇼를 일으켰다. 임명장을 주면서 노 대통령은 '경제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대학교육의 산업화를 이끌어줄 것'을 당부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재계는 김 부총리 임명을 일단 환영하고 있다. 이제 교육인적자원부가 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에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그동안 교육계가 전문성을 빌미로 한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개혁을 거부해 온 점으로 미루어 신임 부총리가 교육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개혁을 더 잘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제 공은 김 부총리에게로 넘어왔다. 앞길도 험난하다. 실패한 교육장관이 된다면 대통령에게까지 짐을 지워야 하는 큰 부담을 떠안았다. 어차피 교육수장을 맡은 이상 '실험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직의 마지막이라는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칫하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에도 흠집이 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본인도 잘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재경원 근무시절이나 지금이나 기자들과의 친분이 두텁기로 소문나있다. 폭탄주라면 두주불사다.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호탕한 성격이다. 참여정부 핵심들중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조직장악력도 뛰어나다. 이같은 장점을 살려 역대 가장 능력있는 교육수장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아니면 비웃음거리나 코미디로 끝나고 만다.
 
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한다는 김 부총리는 특히나 경기도 수원 출신이다. 수원 서둔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유학(?)을 갔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경기교육의 현실도 잘 알 것으로 믿는다. 경기교육은 한국교육의 축소판일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산적한 과제도 많다.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경기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면 한국교육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앞으로 빠른 시간 내에 교육계나 교육단체들과의 심도있는 대화를 통해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처럼 교육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개혁마인드를 갖춘 전문가 장관들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어쨌든 김 부총리는 정부 수립이래 최대의 관심을 끄는 교육수장이 됐다. 그의 소신과 결단을 기대해본다. /이준구(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