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립 유치원 운영자를 범법자로 몰고 갑니까. 내 유치원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돈을 끌어 모아 유치원 운영 자금으로 썼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다니…. 분명 의도있는 접근입니다.”
 
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기자에게 유치원 독자라는 분이 전화를 했다. 그는 일부 사립 유치원의 불법 담보대출 보도이후 사립 학교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며 무죄임을 역설했다.
 
“유치원이 부실 및 불·탈법 교육현장으로 비쳐지는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많은 유치원들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조사해도 큰 죄(문제)는 없을 겁니다. 제발 유치원 업계를 도와 주세요.”
 
경인일보 확인결과 최근 인천지역 사립 유치원 10곳 가운데 3곳은 학습권 보호차원에서 법으로 금지된 담보 대출(381억원)을 받았고, 탈법이 만연될 만큼 유치원은 경영 위기에 내몰려 있었다. 지도층 인사가 수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고도 죄인지 조차 모르는 만연된 사회비리 풍토 속에서 건물이나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온전하게 썼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부정 대출받은 유치원 보다는 지역 교육청의 지도, 감독 소홀과 금융기관의 묵인 또는 방조가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지금은 '법의 잣대'와는 별개로 만 3~6살의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사립 유치원들의 위축에 따른 교육부실을 우려할 때다. 사립 유치원과 상호 보완 또는 경쟁관계로 어린이 집과 놀이방으로 대표되는 영·유아 보육시설과 사설학원이 유치원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 여기에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책이 미미한 상황에서 공립 유치원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03년 300곳을 넘던 사립 유치원도 2004년에는 209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20여곳은 원아 모집이 안돼 사실상 휴·폐원 상태라는게 사립 유치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보육시설은 2001년 989곳, 2002년 1천99곳, 2003년 1천115곳, 2004년 1천169곳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 뿐만 아니다.
 
사립 유치원은 한달 원비가 12만~15만원 수준인데 반해 공립유치원 수업료는 1만4천700~3만7천100원으로 경쟁이 안된다. 유치원과는 달리 보육시설과 사설학원은 건물·토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의 융자를 받아 운영자금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정부의 유치원에 대한 배려(?)는 매년 교재·교구비와 장비 구입비 명목으로 200만원 안팎을 주면서 장학지도를 펴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 유아교육에서 사립 유치원이 차지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한 유치원 독자가 지목한 '유치원 죽이기, 보육시설 살리기'가 일견 이해되는 대목이다. 유치원 문제는 유치원 운영자의 것 만은 아니다. 더 더욱 경찰의 문제는 아니다. 사립 유치원의 어려움을 포용하는 정책적 발상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과 교육 여건을 갖춘 사립 유치원은 공립유치원과 공존해야 한다. 물론 사립 유치원들이 원비 징수를 둘러싼 잡음 해소와 안전 등 교육 환경조성, 알찬 교육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자구노력은 필수다.
 
인천시유치원총연합회에 따르면 공립 유치원 1곳을 만드는데 첫 해만 18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사립 유치원이 공교육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의 원비를 동일 체계로 개편한다든지 유치원에 대한 저리 자금 융자 지원, 교육부와 여성부로 분리된 유아 교육과 보육의 업무 일원화 등이 그것이다.
 
법을 어긴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유아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강구돼야 한다. 지난 반세기 유아교육의 버팀목 구실을 해온 유치원 운영자들의 진통을 유아 교육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싶다.   /안영환(인천 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