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가 지방시찰을 나섰다가 병으로 죽자 측근환관인 조고(趙高)는 승상 이사(李斯)를 협박해 조서를 거짓으로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리석고 용렬한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삼았다. 이후 경쟁자인 이사를 비롯 많은 신하들을 제거하고 승상 자리에 올라 조정의 실권을 잡으면서 황제가 되려는 야심까지 품게 된 조고는 신하들이 자기를 얼마나 추종하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조고는 꾀를 내어 어느 날 호해에게 사슴 한마리를 바치며 말이라고 우겼다. 황당해진 호해가 신하들에게 묻자 조고의 위세를 두려워한 대다수 신하들은 조고의 말이 맞는다며 맞장구를 쳤다. 후에 조고는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말하거나 침묵을 지킨 신하들은 죄를 뒤집어 씌워 모두 죽이고 말았다. 뜻을 어기는 신하가 없어짐에 따라 마음놓고 전횡을 부리게된 조고 또한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진격해오자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황제의 자리에 올렸지만 되레 자영에게 주살을 당하고 말았다.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름을 비유할 때 흔히 사용하는 고사성어인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조고의 이러한 생떼에서 비롯됐다.
집단민원이 끊이지않고 있다. 이러한 집단민원 가운데 상당수는 생떼성 민원인들이 섞여있다. 이들은 정당하고 적법한 민원사유를 갖고있는 사람들 뒤에 숨어 생떼를 부리고 거액의 불로소득을 챙긴 후 또 다른 곳을 찾아나선다. 생떼민원으로 재미를 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직업형, 기업형으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곳은 당연히 거액의 불로소득이 보장되는 개발예정지구다. 그래서 수도권 개발예정지구마다 빈민을 가장한 기업형 생떼민원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앞으로 수자원공사가 개발할 예정인 화성시 송산면 소재 형도가 대표적인 경우다. 개발한다는 소문이 나자 39동에 불과했던 가구수가 6개월새 457가구로 10배이상 급증했다. 똑같은 모양의 가건물이 순식간에 빼곡하게 들어선 것으로 볼 때 자금이 일시에 투입된 전형적인 기업형이고 당초 1명이 갖고있던 땅이 토지분할을 통해 1년새 1천여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봐서 조직적인 투기행위임이 분명하다. 물론 98년이후 신규전입자는 보상이 안된다는 원칙이야 있지만 이같은 원칙이 지켜질 것으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생떼를 부리며 끝까지 버티면 결국 통하게 됨을 익히 알고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듯 생떼가 만연된 것은 실적주의를 절대우선시한 행정기관과 공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 왜냐하면 원칙을 존중하고 지켜야 할 행정기관과 공기업이 말없는 민원인들에게는 원칙을 내세우고 생떼민원인들에게는 원칙을 묻어버리는 이중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의주의 발상이 생떼민원인들을 양산시킨 셈이다. 하긴 행정기관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공기업은 필요한 비용을 해당사업에서 충당하는 비용판제주의를 들어 사업비를 불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원칙이 잉태한 피해가 사업주체인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더 나아가 국민모두에게 돌아간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선량한 민원인들에게도 무조건 생떼부터 부려야한다는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줘 국민적 도덕성해이를 부추겼다는 점이다. 부동산투기보다도 생떼성투기는 이러한 점에서 한층 더 단죄돼야 마땅하다. 언제인가 '받는 손 사라지면 주는 손 사라진다'라는 표어가 선거를 앞두고 나돈 적이 있었다. 이말은 '주는 손 사라지면 받는 손 사라진다'라는 뜻과 맥을 같이 한다. 생떼를 부려도 통하지않으면 생떼민원인들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렇듯 도덕성해이를 조장하는 개발행위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용납될 일이 아니다. 흐트러진 세태를 바로 잡기위해서라도 우는 아이에게 젖 한번 더 주고 달래는 무원칙 또한 중대한 범죄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화성시가 형도일대 불법건물을 철거하고자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더 이상 생떼가 통하지않는 사회를 만들기위해서라도 이번 행정대집행에 임하는 의지가 퇴색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이용식(지역사회부장)
사라져야 할 趙高의 후손들
입력 200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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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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