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자 A씨
손님들이 와서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1년 후 두배로 뛰는 땅 없습니까? 그러면 제가 이렇게 말하죠. 그런 땅 있으면 달러 빚을 얻어서라도 제가 사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도 성질이 급해서 부동산을 매입하자 마자 두·세배의 차익을 생각합니다. 그런 눈먼 부동산은 이제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투자와 투기의 개념은 아주 간단합니다. 장기간 보유하면 투자고 단기간 차익을 노리면 투기지요. 단기간 일확천금을 노리는 거, 그거 아주 위험한건데. 하긴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 값이 뛰니 걱정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너무 급하게 돌아갑니다. 실속도 없이 말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천천히,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데 말입니다.
인터넷광 B씨
인터넷때문에 우리나라 사람 성질 다 버렸습니다. 느린 걸 참지 못합니다. 나도 인터넷하면 한가닥 하지만 속도가 느린 걸 참지 못하거든요. 통신망의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게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게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8기가 짜리 영화를 받는 세상아닌가요? 그거 어마어마한 겁니다. 외국애들 보면 입을 쫙 벌립니다. 그래서 통신사 사장이 인터넷 종량제를 해야 한다는거 아닙니까. 시민단체가 난리를 치지만 그거 안하면 언젠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인터넷망 다운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게 문제지요. 너무 빠른거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요. 도스를 쓰던 시절 생각해 보세요.
주식 전업투자가 C씨
지난해 불황이 장난이 아니었잖아요. 경제가 망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래서인지 지난해 말 경제고위관계자가 올해 들어서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성급하게 떠드는 바람에 주식도 오르고 덕분에 기분도 좋았어요.그래서 정말 경기가 회복된 줄 알았죠. 그런데 느낌이 아주 안 좋거든요. 경기가 회복된거 같지도 않고, 괜히 속은거 같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냅다 주식을 팔아대는데 정신이 없더군요. 환율은 떨어지지, 주식은 폭락하지.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은 뭐든지 참지를 못해요. 우선 뱉어내고 보는 습성이 있는거죠. 성격이 급한건가. 암튼 요새 주식으로 재미 못봐요. 주식이란게 천천히 올라야하는데 주가의 움직임도 우리나라 사람 닮아서 그런지 무지 급해요. 불쌍한 개미들만 녹아나는 장이지요.
역사학자 D씨
요즘 독도문제로 시끄럽잖아요. 전 근대사 전공은 아니지만 독도문제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뭔가 일본애들한테 농락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뭐랄까. 걔들의 술수에 우리가 넘어간거 같거든요. 우리가 아무런 준비없이 성급하게 대응한 것 아닌가요. 국제관계라는 것이 대충대충 대응해서는 안되죠. 명분과 실리도 있어야 하고. 가령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두고 중국과 분쟁이 있을 때 중국의 대응은 무척 여유 있었거든요. 우리가 그걸 잘 지켜봤어야 했는데.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건 옳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한마디를 했어야하는데 좀 급했죠. 그러니 일본애들이 국면전환용이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다 뭐 그런 망발을 하는거구요. 느긋하게 천천히 대응하는 것, 그게 독도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봐요.
사회학자 E씨
우리 국민에게는 어떤 조급증이 있어요. 6·25전쟁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60년대 중반부터 이런 증상이 더 가속화 된 것 같구요. 특히 갑작스럽게 민주화가 되면서 뭐든지 빨리 이뤄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버렸죠. 대통령들도 자신의 임기때 업적을 이뤄내고 싶어하고 국민들 역시 모든 걸 단칼에 끝장을 내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유를 가져야 하는거죠.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입니다. 이제 우린 그걸 배워야해요. '느림의 미학'이 왜 필요한지 이제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에 이른거지요. /이영재(경제부장)
너무 속도가 빠르다. 천천히, 천천히…
입력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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