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은 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총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특색있는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에서부터 7만여명이 넘는 각급학교 교원 및 교육행정직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연간 100개에 이르는 학교신설, 5조8천억원이라는 전국 최대 규모의 교육비특별회계를 집행한다는 면에서 광역단체장에 버금간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64년 초대 홍낙선 교육감 취임 이래 윤옥기 현 교육감까지 모두 8명이 재임했다. 개청 40여년이 지났지만 8명밖에 안되는 이유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 4년이 보장돼 있는데다 일부는 재선으로 8년을 재임했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작고한 초대~2대 홍낙선 교육감은 1961년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던 해 안성농업고등학교에서 박창원 경기도지사(당시 육군준장)를 만난다. 지프를 타고 도내를 순시하던 박 장군이 안성농고 실습장에서 손수 밭을 일구고 있던 30대 후반의 젊은 홍 교장과 조우하게 됐고 이를 인연으로 이듬해 경기도문교사회국장에 발탁된데 이어 64년 2월 경기도교육위원회 발족과 함께 초대 교육감에 임명돼 8년간 재임한다. 도지사를 당연직 의장으로 하는 합의제집행기관이었지만 어떻든 교육자치의 초석을 일궈낸 교육감으로 평가된다.
역시 8년간 재임한 3~4대 신능순 교육감은 육군경리감(대령) 출신으로 국정교과서 사장, 문교부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그야말로 교육행정에 군대행정을 접목시키려 노력했던 일사불란한 교육감이었다. 을지훈련이나 예비군훈련이면 직원들은 힘들어했고, 눈이라도 쌓일라치면 청사 주변은 군대 연병장처럼 바로 원위치될 정도.
이어 '다듬는 교육'의 실천과 학도애향대 운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던 황철수 교육감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이준경 교육감, 민주화의 바람에 전교조가 태동해 전교조 교사들의 해직문제로 괴로워하다가 교육자적 양심으로 물러난 박윤섭 교육감, 8년간 경기교육을 이끌며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한환교육감 등 많은 면면들이 기억된다.
이 밖에도 '3무3유운동'과 '늘푸른 경기교육'을 주창하며 재선에 성공했으나 수원시내 평준화고교 배정오류사태로 중도하차한 조성윤 교육감과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서까지 제2교육청을 개청하고, 소규모학교 살리기 등 많은 업적을 남기고 퇴임을 앞둔 윤옥기 현교육감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개성과 특성을 지닌 교육감들이었다.
이제 내일(20일)이면 경기교육의 비전을 제시해주고, 4년간 지역교육을 이끌어갈 새로운 이력의 교육감이 결선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아이들의 졸린 잠을 채워주고 창백한 얼굴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 영웅을 꿈꾸는 정치적인 사람보다는 닫힌 아파트의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광장에서 동네 사람들이 어울려 자연스럽게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경기도교육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행 선거제도의 미비점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무관심과 제한된 학교운영위원들만의 잔치라지만, 또한 불법과 타락이 전에 없이 난무했다지만 그래도 자질없는 후보가 아무리 치사한 선거운동을 했더라도 무너져가는 교육현장을 살리고 내 자식을 바르게 키워줄 선생님을 고른다는 심정으로 투표에 임한다면 선거제도의 미흡함을 채울 수 있으리라 본다.
불법타락선거의 양상을 띠었다고 해도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당당한 삶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과 땅에 떨어진 교육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사교습비의 부담을 없애주고 공교육을 걱정하는 수많은 도민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반칙으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죄를 짓지 않는 원칙을 지킨 사람이 역대 경기도교육감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면 한다. /이준구(문화체육부장)
경기도교육감의 자리
입력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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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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