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지난 70, 80년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추앙받으며 한동안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노태우정권의 5공 청산으로 그간의 온갖 권력형비리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급속도로 쇠퇴했다. 이렇듯 영욕의 길을 걸어온 새마을운동이 이제는 이웃나라 중국에서 힘차게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판 새마을운동이라 할 신농촌운동이 확산될 채비를 마쳐 이제 새마을운동은 중국땅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셈이다. 경제학자 베이징대 린이푸교수가 소외된 농촌을 살리기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국가적 어젠다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제창한 신농촌운동이 이제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에 힘입어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도시와 농촌의 동반발전을 위해 고심해온 중국정부는 오래전부터 새마을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5월 중국 공산당의 싱크탱크로 통하는 중앙정책연구실의 부주임 정신리가 방한하고 이어 10월에는 1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통해 농촌의 소득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위한 신농촌운동을 추진키로 확정하는 등 신농촌건설을 향한 중국정부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는 배경에는 새마을운동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도농간의 소득격차는 상존하는 문제지만 중국의 경우 급격한 개방으로 다른 나라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더한 편이다. 전인구의 65%를 점하고 있는 농민의 소득이 고작 전체의 20%에 불과한 데다 도시중심의 개방정책이 펼쳐지면서 도농간의 소득격차가 2000년 1대2.8에서 2005년에는 1대3.2로 갈수록 벌어지면서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불안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실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농민들의 불만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94년 1만여건에 그쳤던 농민시위가 지난해에는 무려 9만건 가까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농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정부는 올들어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농촌·농업·농민 등 이른바 삼농(三農)에 두고 이를 해결하기위한 또 다른 대장정에 나섰다.

연초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정책문건 제1호를 비롯 중국공산당이 국무원에 지시한 문건 가운데 첫번째가 바로 농촌문제의 해결책인 신농촌건설을 다루는 것이었다. 내달 5일 개최되는 제10기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도 농촌문제가 최우선과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여 농촌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정부의 의지는 보다 더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정부가 농촌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이 중국농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로 채택된 것은 확실히 기분좋은 일이나 새마을운동을 배워 농촌문제를 해결하고자 열과 성을 다하는 중국지도자들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초고속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삐를 당겨대는 그들과 장기간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살리겠다는 말만 앞세우고 정작 정권과 내몫 차지에 혈안이 된 우리네 지도자들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현 경제상황을 타개해나갈 이렇다 할 국가적 어젠다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장밋빛 타령만 늘어놓는 지도자들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환멸을 느끼고 분개하며 불안과 무기력에 빠진지 이미 오래다. 남들은 밤낮없이 앞을 향해 달리는 데 허구한 날 뒷걸음질만 치는 토양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자랄 수 없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설 명절에 산시성 옌안의 농촌마을을 찾아가 그곳의 농민들과 함께 신농촌건설을 놓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같은 기간 우리네 지도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우리가 원조인 새마을운동을 되레 역수입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다.

/이 용 식(편집국 국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