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5·31 지방선거에 나서는 민노당 인천시당 여성후보들이 '여성과 남성 모두가 평등한 살기 좋은 인천 만들기' 선언을 했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적정 임금 보장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성폭력 없는 사회 건설 등 여성들의 현안 문제를 담고 있다.

쉽게 알면서도 좀처럼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무엇 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 한국인과 외국인 배우자가 결혼한 가정을 뜻하는 다문화 가정은 엄연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다가왔다. 20세기 근대 문물의 개항장에서, 21세기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지향하는 인천에선 더더욱 그렇다. 시민들은 다문화 가정과 그 2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정부는 다문화 교육을 통해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

다소 진보적인 여성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화두로 꺼낼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3천263명에 불과하던 국제 결혼이 2004년에는 6천727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명(9천560명)선에 근접했다. 인천지역 초 중·고교를 다니는 다문화 가정 2세만 300명이 넘는다. 지역 산업현장과 학교, 거리 곳곳에선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다문화 수용 현실은 어떤가. 흔히 우리가 다문화 가정 2세라고 부르는 이들에 대한 통일된 용어 조차 없다. '튀기' '혼혈아'에서 '국제 결혼 자녀' '코시안'(KOREAN과 ASIAN의 합성어) '온누리안'(순우리말 온누리와 사람을 뜻하는 어미-ian의 합성어), 다문화 가정 2세 등으로 진전 됐다지만…. 게다가 다문화 가정과 그 2세에 대한 지원 교육은 물론 다문화 수용 프로그램은 아예 없거나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부가 최근 미국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교육 차별을 없애기 위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심리 상담과 교과 보충 교육 등 별도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문화 가정과 그 2세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할 수는 없다. 이제 차가운 시선 속에서 겪었던 가슴 아픈 기억은 다문화 가정 1세로 끝내야 한다. 앞으로 다문화 가정 2세들은 한국 국민으로서 이 땅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다 문화 국가가 아닌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외국인이 등장했다. 한국의 성씨 275개중 136개가 귀화 성이다. 지금은 단군 신화, 단일 민족도 좋지만 다문화를 수용할 준비가 필요할 때다. 다문화 교육이 미국 같은 다양한 민족에서만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도 하루 빨리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이해나 교육자료 개발이 있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을 편견없이 수용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도와주는 다문화 교육이 절실한 것이다.

유아교육자들이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인종에 대한 차이의 인식,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흑인, 백인, 황인의 인종적 차이를 인식했다. 주된 인식 단서는 피부색과 머리 모습이었다고 한다. 유아들은 자신과 같은 황인종을 가장 선호했고, 다음이 백인, 흑인 순이었다. 실제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유아교육 현장에서 그림책을 활용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한 결과 다문화 가정 2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이다. 이는 유럽에서 불고 있는 다문화 가정 2세들의 폭동 등 반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도 좋지만 지방 정부나 시 교육청 차원의 다문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국제도시 인천시민들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뜨거운 가슴'을 보여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우리당 인천시당 후보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안 영 환(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