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물값만 100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이
게 무슨 난리인지….”
13일 오전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당직자들이 대거 농촌일손돕기에 나선
화성시 장전동 일대에서는 물대기와 모내기 행사에 앞서 모여 든 주민들 사
이에서 잇따라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왔다.
행사장으로 선정(?)된 홍모씨의 논 800여평에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투
입된 점을 빗대어 “이앙기로 30분이면 될 것을 웬 법석이냐”는 노골적 비
아냥까지 들렸다.
90년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으로 농심이 멍든 탓도 있겠지만 이날 행사를
지켜보는 농민들은 작게는 '냉소'에서 크게는 '적대감'까지 곱지 않은 반응
들을 보였다.
지난 겨울 많은 눈이 내렸을때 '올 농사는 풍년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를 갖고 있던 자신들에 대한 책망에 '조금만 더 일찍 나서 줬으면' 하는 정
부 당국에 대한 아쉬움이 뒤엉킨 감정으로 볼 수 있다.
워낙 가뭄이 심하다 보니 농촌 지원에 나선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
전시성 행차'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농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겠다
는 그들을 탓할 명분은 별로 없다.
다만 농민들이 아쉬워 하는 것은 실질적인 지원보다 '말과 제스처'가 앞
서고 있다는 점이며 이유야 어찌됐든 당국은 물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의 후버 댐이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 등 드넓은 지역의 농작물
재배는 물론 식수로까지 이용되는 것을 인용치 않더라도 우리 실정에 맞는
물관리 시스템의 개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것을 이번 가뭄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김대표는 “IMF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이번 가뭄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지만 농민의 고통과 전국민의 희생만이 전
제돼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가 나서, 정치인이 나서 실질적인 그 뭔가를 보
여줘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