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정현안 문제에 대한 정책감사는 실종된 채 오로지 연말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감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올해 국감현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은 당리당략에 따른 유·불리에 초점을 맞추고 민생을 외면한 채 오직 대선만을 겨냥한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특히 양당은 법사, 정무, 재정경제, 국방, 행정자치위 등에서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을 비롯 공적자금지원 등을 놓고 사활을 건 극한대치 현상을 빚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노(非盧)니 반창(反昌)이니 하며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한 대선후보를 제쳐두고 신당창당의 목소리를 높이며 국정감사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예년의 경우 민의의 국정반영을 위해 현장 목소리를 담은 국회의원들이 국정의 폐단을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국가운영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올해는 연말 대선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지만 나라 안팎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로 긴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태풍 '루사'로 인해 강원과 영남지역 등은 건국이래 최악의 수해로 국민들이 고통속에 추석을 맞았다. 북한과 일본은 수교를 위한 정상회담을 갖고 국교정상화의 기초를 닦았다. 남북한 당국도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하는 등 국민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정치권만이 급변하는 주변정세에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국감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