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등에선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세입자의 항의가 있기 마련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 한창인 인천 남동구 만수동 향촌개발지구 내에서 2개월여 동안 농성을 벌이는 세입자 역시 사업 시행자인 남동구청과 대한주택공사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구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공동주택 2천800여 가구를 만드는 사업이지만 이들에겐 당장 살 곳을 잃게 되는 시급한 사안일 것이다. 때문에 농성 자체를 탓할 수만은 없을 지도 모른다.

 26가구 40여명의 세입자들은 이미 철거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공사현장 구석 3층 건물에 터를 잡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타이어와 각종 폐기물로 담을 쌓고 곳곳에 화염병을 준비해 둔 상태다.

 모든 출입문을 막고 건물 밖에 부착한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통해서만 바깥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에게선 외부의 모든 것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느껴져 내부의 생활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기자임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 세입자 두 명의 언행만으로도 이들이 대형화재의 위험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들은 건물바닥에 스티로폼을 깐 채 연탄난로와 석유난로로 난방을 하고, LPG로 공동취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용역업체의 강제대집행에 대비해 LPG통 30여개와 화염병 제조를 위한 시너등 인화물질을 곳곳에 방치해 둬 대형화재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더욱이 내부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유치원생·초등학생등 어린이, 청소년도 17명이나 있는데다 안쪽에서만 출입문을 열 수 있는 구조라 화재발생시 큰 피해가 우려됐다.

 그들은 대형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내부사정이 공개된다는 이유로 소방대원들의 안전점검을 거부했다. 혹시나 소방안전점검을 외부 첩보방식의 하나로 인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그들이 결국 생존과 직결되는 위험을 방치해 두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아이러니컬했다.

 요구사항이 목숨을 내걸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화재 위험속에 남아있는 건 그들 자신 뿐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윤 문 영(인천본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