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7일 고건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벌여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적성 문제, SK비자금 등 정국현안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특히 신(新) 4당체제 개편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3야(野)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국민투표 제안은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의 거취결정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촉구했다.

반면 통합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100억 수수설 등을 공격하면서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는 정치개혁을 위한 타개책이라고 옹호했다.

한나라당 전용원(구리) 의원은 “대통령이 의회가 반대하는데 직접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자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재신임을 받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재신임 국민투표와 불신임으로 치러질 대선에 소요될 비용이 얼마인지 밝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안상수(의왕·과천) 의원도 “노 대통령이 최도술씨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는 탄핵대상이 될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은 탄핵의 책임을 지거나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현 내각은 총 사퇴하고 과도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국정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 김부겸(군포) 의원은 “1, 2야당이 77.8%를 갖고 있는 거야(巨野)가 더 이상 나라의 운명을 대통령에게 맡길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온 힘을 다해 불신임시키면 된다”며 “12월 15일 이전에라도 그리고 설사 국민투표를 못하게 되더라도 거국내각을 구성하라”고 정부측에 촉구했다.

SK비자금 사건과 관련,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최씨가 SK로부터 당선축하금, 결혼축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사전수뢰죄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 조사의향'을 물었다.

통합신당 이해찬 의원은 “SK가 노무현 후보측에는 25억 전액을 수표로 후원금 영수증 처리를 한 반면 이회창 후보측에는 100억원을 현금으로 주고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은 것은 추적 은폐와 증거 인멸을 위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송 교수가 북한 김정일의 특별한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를 김정일의 한국방문을 위한 특사로 활용하기 위해 입북시켰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김부겸 의원은 “송 교수 문제는 대결과 반목이라는 과거회귀적 시각에서 벗어나 남북간 화해와 포용이라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고 총리는 17일 “제가 총리자리에 있는게 나라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물러나겠고, 여러분이 원하면 물러나겠다”면서도 “그러나 현 시점은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어야 하고, 그 역할을 제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총리는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은 정략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재신임 국민투표 위헌 시비에 대해 “아직 국무회의 심의안건을 작성하는 단계가 아니며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밝혔듯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송두율씨 사건에 대해 “수사상황에 관여하지 않으며, 일차적으로 수사팀의 의지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고,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 대해서도 “대통령 측근과 관련한 수사가 여러차례 진행되고 있으나, 검찰수사는 어떤 외압도 없이 소신에 의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