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중진 용퇴론'을 둘러싸고 갈등이 점차 첨예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과 관련, '한·민 공조'가 현실화되면서 당 개혁을 주장한 일부 소장파 인사들 중 정범구(고양 일산갑) 의원이 탈당하는 등 '사퇴'가 확산되고 있다.

정 의원을 비롯 지난해 대선전 결성됐던 '새벽21' 소속 박인상 의원과 장성민 전 의원 등 3명은 국회에서 특검법안이 통과된 10일 저녁 서울시내 모처에서 회동, 향후 행보를 함께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 참석자가 11일 전했다.

이 자리에선 “더 이상 민주당에서 활로를 찾기 힘든 것 아니냐” “민주당이 광주학살을 자행한 뿌리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과 부패동맹을 하고 있다” “당에 남을지, 다른 돌파구를 모색할지 2~3일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등의 말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당무회의에서 퇴진요구 대상 중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던 정 의원과 장 전 의원 등은 아예 당무회의에도 불참하고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정 의원은 전날 특검법 표결에 참여한 44명의 민주당 의원 가운데 한화갑 전 대표 등 4명의 기권자 외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었다.

또 동교동계 막내뻘인 전갑길 의원도 이날 오마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47세인 내가 민주당에서 매우 젊은 의원이 될 정도로 당이 고령화됐다”며 “당의 간판이 구시대적 인물 이미지로 외부에 비치고 있는데, 국민은 경륜보다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중진퇴진론에 합류했다.

민주당은 분당이후 젊은 의원들이 대거 열린우리당에 참여하면서 지역구의원 가운데는 추미애(45) 의원이 최연소이고, 다음이 전갑길 의원일 정도가 됐다.

전 의원은 “박상천 대표를 중심으로 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출신 사람들이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연말쯤엔 민주당과 우리당간 새로운 통합논의의 실마리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날 특검법 통과 당시 표결에 기권하거나 불참한 배기운 송훈석 조성준(성남 중원) 설훈 의원 등 대부분이 한화갑 전 대표와 가깝거나 분당 과정에서 중도진영에 속했던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특검법 통과를 계기로 당 내부 균열이 커질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와관련, 박상천 대표는 “조만간 당내 몇사람을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해 갈등수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