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4일 “(내년 총선은)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우리당을 하나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총선을 불과 10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내년총선을 한나라당대 열린우리당의 맞대결로 끌어 가겠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향후 총선 구도를 둘러싼 공방이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3당간 정면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야권은 “대통령이 선거중립을 포기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맹비난 하고 나서면서 정국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전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지금 한나라당은 집중적으로 대통령을 깎아 내리고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제대로 국정수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선거는 구도도 중요하고 '바람'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린우리당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에 있어 우월적 입장에 있는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어려운 정치환경속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정치신인인 퇴임 비서관들에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격려차원의 덕담”이라면서 “(총선)구도나 전략을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 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거에서의 중립을 지켜야할 대통령으로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우리당의 거듭된 거국중립내각구성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내년 총선을 한나라당과 노대통령이라는 인위적 구도로 만들어 선거를 치르려는 발상으로 이는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청와대가 열린우리당의 선거대책 본부이고 대통령이 선대본부장이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망각한 언행”이라고 비난했고, 강운태 사무총장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선관위에 유권해석 의뢰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 선거법협상과 관련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철벽공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전혀 틀리지 않다”고 반박했고, 박양수 조직총괄단장은 “어느때보다 정치개혁 열망이 높은 내년 총선 구도를 정확하게본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