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북한이 미국 의회 전문위원 그룹 대표단의 영변핵시설 방문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단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의 의도 파악에 나서는 한편 향후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는 이들의 방북 시점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6자회담의 유력한 개최 일정인 오는 14∼17일을 앞둔 6∼10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표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은 지난 2002년 12월31일 북한이 자국에서 무기사찰단을 추방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대표단은 미국 의회 전문위원이 주축이지만 미국에서 처음 핵폭탄을 제조하고 현재도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시크 헥커씨와 스탠퍼드 대학의 중국 전문가, 미 상원 외교정책 자문관, 전직 국무부 관리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표단에 미국의 대북 정책 전문가와 북핵문제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가 포함됐고, 미 행정부가 이를 허용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들의 방북이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이 이들의 방문을 허용한 것은 핵문제로 더 이상 북-미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심각히 쟁점화할 의사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향후 6자회담을 통해 핵관련 시설을 상세히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예고편' 아니겠느냐”며 희망적인 해석을 내놨다.
 
북한 당국이 1일 신년사에서 밝힌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원칙적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의지의 연장선에서 내놓은 후속조치라는 분석인 셈이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의회 전문위원 그룹의 영변핵시설 방북은 미 행정부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6자회담과 연관을 짓기는 어려우며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 논의와 관련을 짓는 것은 매우 섣부르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2002년 10월 핵위기 이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이 대화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