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4차 장관급회담은 북측 단장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과정 등에 관여한 인물로 바뀌어 회담전 뭔가 낙관적 기대를 주었으나 실제로는 북측이 과거 대결시대의 '단골' 의제 중 하나인 한미 합동군사훈련 문제를 처음부터 들고 나오는 바람에 회담 분위기는 무겁게 이어지고 있다.

5일 1차 전체회의 이후 6일 오후까지 세 차례 실무대표접촉이 열렸지만 5일 오후 6시15분∼7시35분까지 1시간 20분간 이뤄진 첫 접촉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차례는 모두 10∼30분 이내에 끝났다.

또 회담 사흘째인 6일 오후까지 수석대표접촉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회담 진행이 여의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6일 오전 열린 실무대표 접촉에는 신병철 내각 참사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등 대표 2명과 관계자 4∼5명이 남측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신 참사와 전 부장 등 대표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으나 북측의 한 수행원은 셔터를 눌러대는 남측 사진기자에게 “한 장 찍어주는거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실무대표 접촉은 2층 회의장이 아니라 남측 대표단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 2호각숙소 옆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때문에 북측 대표들은 실무대표접촉을 위해선 자신들의 숙소인 1호각에서 나와 1층 로비를 지나 2호각 승강기를 이용한다.

회담장인 고려호텔에는 외국인관광객들도 투숙하고 있었으나 이처럼 특수한 건물구조 때문에 얘기를 듣고서야 회담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한 외국인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분단된 두 나라 사이의 평화를 위해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는 등 회담에 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측 회담관계자와 취재진은 김령성 전 북측 단장의 거취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남측 취재진이 “김 전 단장은 어디로 갔냐”고 물을 때마다 “그걸 왜 궁금해하나”고 반문했으나 “김령성 단장 팬이 남측에 많다”는 설명에 반가워했다.

북측 관계자들중 일부는 “김 단장이 조국통일을 위해 실질적으로 일하는 부서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으나 구체적인 부서명이나 직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한편 용천참사와 관련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의 지원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면서도 이번 지원을 북측의 체제문제와 연관짓지 말 것을 강조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에서 용천 동포들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이 벌어지는 등 “우리 민족끼리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남측의 일부 인사들이 북측의 체제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