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국민에게 드리는말씀'이라는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직무 복귀를 보고하면서 탄핵국면이 조성된데 대해 사과하고 국정 2기의 구체적인 운영방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담화에서 재신임문제를 일단락짓고 5년 임기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하며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는 한편 민생, 경제와 함께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개혁, 정부혁신 등 국정과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 멀리, 국정 안정관리 치중 = 예고된대로 노 대통령은 정치는 국회 등 정치권에 맡기고 자신은 국정의 안정을 기하고 중심을 잡아나가는 데 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제는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갈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해 '정치 멀리'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는 이미 바뀌기 시작했고 새 정치에 대한 국민열망으로 정치개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으므로 17대 국회가 앞장설 것인 만큼 자신은 정치개혁이 안정된 토대 위에서 추진되도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경제정책이나 사회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과 이해관계의 분출이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해집단의 목소리나 갈등에 매몰되는 일이 없이 그야말로 국정운영의 안정적인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아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 10, 20년을 내다보면서 국정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며 "때로는 인기가 떨어지는 일도,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라면 꿋꿋하게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인기영합주의를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로드맵' 실천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시장개혁, 정부혁신, 지방화와 동북아 경제중심 과제, 기술혁신, 인재양성 정책을 소위 '대통령 프로젝트'로 삼아 내실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화합과 상생의 정치 = 노 대통령은 탄핵국면동안 자신에게 전달된 여론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달라'는 것이었고, 이는 실제 국민여망과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를 다졌다.

이견이 있을 경우 대화하고 절충해 합의하되 합의가 안될 경우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게 요체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이 가능한 것은 타협하고 요구와 설득이 필요한 때는 국회와 정당을 찾아가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으나 그래도 합의가 안되면 규칙에 따라 풀어가고 그 결과를 흔쾌히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화합과 상생은 말로 하는 게 아니고 약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며 "공정한 규칙의 문화가 뿌리내릴 때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생경제, 경제성장-시장개혁 병행 = 노 대통령은 당면 현안인 민생.경제활력 회복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선 "실업,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서민들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고통에 빠뜨리거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 없도록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기업 탐방, 시장 방문 등 현장 이벤트보다는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놓는데 진력하겠다고 했고, 특히 성장잠재력을 해칠 단기적 경기 부양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을 튼실하게 할 수 있는 쪽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는 심리"라는 지론에 더해 "경제는 원칙"이라는 입장에 따라 경제위기 과장설을 경계하면서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순수한 것도 있지만 개혁을 저지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리하게 가져나가기 위한 의도적인 목소리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이제는 경제다"라는 논리로 성장 일변도, 기업 편향 정책으로 가기 보다는 성장과 분배, 시장개혁과 기업 투자환경 개선및 규제완화, 경제정책-사회개혁 병행 추진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어 주목된다.

◇국민에게 감사, 탄핵국면 죄송 = 먼저 노 대통령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통령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차분하게 대처한 국민에게 신뢰를 보냈다.

이어 신속한 재판과 공정한 심판을 마무리해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사의를 표시하고 국민의 신뢰를 대신 전하는 것으로, 탄핵심판 선고에 대해 존중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국정공백을 메워준 '고 건(高 建) 내각'을 치하했다.

특히 "지난 두달여간 얼마나 걱정이 많았나. 모든 게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일"이라면서 "탄핵사유가 아니었다해도 대선자금과 제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과오는 분명한 저의 허물로, 다시한번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