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프로야구 임수혁선수에 대한 TV 중계 화면
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들것에 실려 나가는 그
모습은 얼굴이 충혈되며 청색증을 보이는 심장마비 직후의 전형적인 소견으
로 뇌 저산소증으로 가벼운 경련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도 깨어나지 못하고 식물인간 상태인 채로 병상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응급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심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의료 선진국의 경우 수 만명의 군중이 모이는 운동경기나 대형 집회 장소에
는 반드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의료진과 심장마비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장 제세동기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환자가 발생한 그
현장에서 즉시 응급의료인에 의해 심장에 전기충격을 주는 제세동을 하며
기도처치, 인공호흡, 심장마사지를 시행하면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50~60% 가량의 환자가 심장박동이 회복되어 응급센터에
도착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응급의료의 현실은 어떠한가? 병원전 응급처치는 아주 초보적
인 단계로 환자를 단지 빨리 이송하는 수준일 뿐 이처럼 위급한 환자를 처
치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심장 돌연사의 발생은 예측 불가능하며 심정지가 발생한 후 5분 가량이 경
과하면 치명적인 뇌손상이 발생하므로, 만약 5분 이내에 환자 발생 현장에
서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이 적절히 시행되어 혈액 순환 회복이 된다면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즉 심정지 환자 발생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 시작되면 심정지 환자가 생물학적 사망으로 진행되
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또한 목격자가 응급의료체계에 환자발생을 알려
줌으로써 심장 제세동 등의 전문 심장구조술이 빠른 시간내에 시작될 수 있
다. 따라서 일반인에게 기본 인명구조술을 보급하는 것은 응급의료체계 구
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 나라에는 일반인에 대한 심폐소생술 교육프
로그램이 매우 적고 환자발생 현장에서 환자에 대한 기본적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응급구조사의 배치도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할 뿐 아니라 응급의학
전문의사의 양성도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장비나
시설면에서도 응급의료체계의 운영이 초보단계이다. 의료인에 의한 심폐소
생술도 표준화된 심폐소생술의 지침과 어긋나게 시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
므로 일반인에 대한 기본 심폐소생술 교육과 더불어 의료인에 대한 표준화
된 심폐소생술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응급의료 인력의 양성과 적절한 배치, 응급의료 시설의 확충
과 장비의 준비, 중고등학교 교육 프로그램 및 일반인에 대한 기본 심폐소
생술의 교육 프로그램 보급 등이 실현될 때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귀한
생명을 구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과 개인의 안녕이 보장되는 5분의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양혁준 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