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한번쯤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보지 않은 사
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90% 이상이 한
번 이상의 두통을 경험하며 여자 66%, 남자 57%는 적어도 1년에 한번 이상
생긴 두통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머리가 아프면 사람들은 먼저 머리 속에 뇌종양이나 중풍과 같은 심각한 질
병이 있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된다. 이것은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머리
근처에는 대단히 중요한 신경과 혈관조직이 분포하고 또한 머리는 매우 중
요한 부위임을 우리가 알고 있기에 생기는 심리적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뇌 자체는 통증을 직접 느끼지 못하며 두통을 일으키는 원
인 또한 뇌종양부터 감기, 스트레스, 수면장애 등에 이르기까지 수도없이
많기 때문에 두통이 있다고 무조건 좋지않은 병이 있을 거라는 걱정은 지나
친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약국에서 진통제나 몇 알 사먹으라
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합적인 두통의 양상이 많
고 또 의사의 진찰없이 사먹는 약물남용이 심하며 그러다보면 오히려 약물
복용으로 인해 두통이 하루하루 더 악화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수없이 본다.

특히 하루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절대적으로 운동, 수면이 부족한 직장
인의 경우에는 두통에 관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두통의 원인은 아주 많다. 뇌종양, 뇌혈관질환, 뇌염, 뇌막염 등 심각한 신
경과 질환부터 외상, 내과계 질환, 약물, 알코올 등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
은 300개 이상 된다. 그러나 명백한 기질적 뇌질환없이 만성적으로 되풀이
되는 두통의 경우도 있다.

이와같이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를 이차성 두통이라 하고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일차성 두통이라하여 크게 나누는데 대부분 만성으로 반복
되는 두통은 일차성 두통에 해당된다. 일차성 두통과 이차성 두통은 진단
및 치료방법, 예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잘 구별해야 한다.

#만성두통의 대명사,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

두통의 양상은 개개인에 따라 다 다르다. 지근거리며 아팠던 통증이 따끔따
끔 찌르듯이 아프다가 욱신거리기도 하고 두통부위도 한 부분이 아프다가
자고나면 다른 부위로 옮겨가기도 한다. 부분적으로 아프면 그 부위에 질병
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고 다른 부분으로 확산되
어 가기도 한다. 이와같이 다양한 두통의 양상만으로 두통을 분류해 나가
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만성두통의 대명사격인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의 일
반적인 임상양상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편두통의 양상
반복적으로 재발되는 특성이 있다. 두통이 심하게 있을 때 외에는 거의 증
상이 없다가 증상이 시작되면 3~4시간에서 72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대
체적으로 맥박이 뛰듯이 쿵쿵 울리거나, 욱신거리게 아프지만 바늘로 찌르
거나 묵직하게 아픈 경우도 있다. 메슥거림, 구토, 빛이나 소리에 대한 과
민반응, 어지러움과 같은 자율신경계이상이 동반될 수도 있으며 진단이 어
려울 때에는 두통 가족력이 도움이 된다.

2)긴장성 두통의 양상
주로 목 뒤쪽이나 후두부가 당기듯이 아프고 뻣뻣하며 정수리 부근에 무거
운 느낌이 지속되다가 오후가 가까워오면서 조이는 느낌, 띵함, 집중이 안
되고 멍한 증상을 특성으로 한다.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자
주 나타나다가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면 두통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수
개월에서 수년간 유사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고 동반증상은 편두통과
달리 거의 없다.

#만성두통이 기질적 병변일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만성두통의 특성을 잘 알고있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뇌질환
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여러종류의 뇌출혈, 뇌기생충질환, 뇌종양 등의
질환이 의심되면 CT나 MRI, 뇌척수액검사, 뇌동맥촬영 등 적절한 검사가 필
수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질병을 놓치게 되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만큼 위
험한 상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기질성 뇌질환을 의심하게 되
는 경우는

-'이렇게 아프기는 처음이다'라는 심한 형태의 두통이 새롭게 생겼을 때
-수일, 수주에 걸쳐 두통의 강도가 점차 심해질 때
-과로, 기침, 용변후 또는 성행위 후에 두통이 나타났을 때
-50세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된 두통일 때
-의식소실, 발열과 구토, 사지마비, 시력장애, 균형감 상실 등의 동반증상
이 있을 때 등이다.

#약물남용으로 만성두통이 악화될 수 있다.

두통이 만성으로 지속될 경우 이 약국, 저 약국에서 임시방편으로 약물을
사먹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성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여러 약물이나 한
약 등을 복합적으로 장시간 복용하다보면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