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만성폐색성 호흡기질환(천호기 원장·의정부 천호기내과)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세우게 하는 가을이 깊어지면서 반갑지 않은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요즘 독감(인플루엔자)과 만성폐색성 호흡질환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인플루엔자란?

요즈음 진료실에서는 환자들이 스스로 독감예방 백신의 주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보건소에서는 독감예방백신 주사를 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다른 업무가 마비되고 며칠만에 백신이 동이 났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독감주사를 맞으면 독한 감기가 예방되지요?”, “작년에 독감주사를 맞았더니 감기가 걸리더라도 심하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요”, 또는 “며칠 전에 독감주사를 맞았는데 또 감기가 걸렸어요”하고 말하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아직도 독감(인플루엔자·influenza)을 감기의 심한 상태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수백종의 바이러스에 의해 상기도가 감염되어 유발되는 감기는 예방백신이 없으며 대개 수일간의 증세발현 후에 자연치유가 되고 대증요법에도 잘 반응하는 질환에 속한다.

반면,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로 orthomyxoviridae 계열)'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유행되는 아형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시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으며 강한 전염력으로 인구의 50% 이상까지도 감염될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질환에 속한다.

인플루엔자는 또 감기와 달리 기도 전 부위에 감염을 일으켜 모든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발열, 두통, 근육통 및 근무력감 등의 전신증상을 흔히 동반하여 환자를 괴롭힌다.

최근 미국의 질병 통제와 예방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인플루엔자에 의해 연간 2만명이 사망하고 20만명이 입원치료를 받는다고 보고하고 있으니,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핵항원과 기질에 따라 A, B, C형으로 분류되며 표면 항원에 따라 다시 여러가지 아형으로 소분류 된다.

이들 여러 아형들이 매년 변이를 일으켜 연도별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의 유형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여 만들어진 독감예방 백신은 매년 새로이 접종하여야 한다.

접종백신과 유행중인 바이러스가 항원상으로 일치할 때는 70~100%의 예방효과(소아 및 고령자는 30~60%)를 보임과 동시에 인플루엔자 합병증인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외래 방문율을 각각 52%와 36%까지 감소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요구되는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만성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심폐기관의 만성질환(천식, 만성 폐색성 호흡질환 등)을 가진 사람, 당뇨병이나 신기능저하 및 헤모글로빈혈증 등의 질환으로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요구되는 사람, 그리고 HIV 감염환자와 백혈병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면역저하자, 6개월~18세 까지의 소아중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 인플루엔자 발생시기에는 임신 2~3삼분기에 있는 임부, 고위험군에게 인플루엔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의료종사자 등이다.

예방접종 시기는 대개 10월에서 11월에 시행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대상자 중 정기적인 내원 치료가 요구되거나 입원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9월부터 접종할 수도 있다.

또 유행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도 접종이 가능하나, 지역이나 아형에 따라 다음해 3월까지도 인플루엔자가 지속될 수 있으므로 현재는 11월에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성인에서는 접종 2주후에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항할 수 있는 최대 항체가 형성된다.

#인플루엔자의 예방·치료제

인플루엔자의 예방 및 치료제로서 경구 투약할 수 있는 아만타딘(Amantadine)은 증상 발현 후 24~48시간 이내에 투여를 시작하여 증상이 소실된 후 48시간까지 투여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증식을 감소시켜 증상의 발현을 70~90%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정상활동까지의 회복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인플루엔자의 예방 및 치료제로 추천되는 몇가지 약제(Rimantadine, Oseltamivir, Zanamivir 등)가 사용되고 있다.

#만성폐색성 호흡기질환

환절기에 악화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인 만성폐색성 폐질환으로는 폐기종과 만성폐쇄성 기관지염을 꼽을 수 있다. 이 질환은 폐의 탄력이 약화되면서 서서히 폐의 기도가 서서히 점진적으로 폐쇄되는 경우를 말한다.

흔히 폐 감염에 의해 반복적으로 악화되는데 호흡 곤란과 객담 배출이 증가되는 경과를 밟는다.

이 질환의 발병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흡연'을 들 수 있는데,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흡연은 기관지 내 섬모운동의 장애를 일으키고, 폐포 대식세포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며, 점액분비선 및 단백질 분해 효소의 이상을 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