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둔 부모들 중 상당수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여름방학내내 부모들과 함께 지내다가 막상 학교를 가야한다는 중압감에 '학교가기를 꺼리는 자녀'들 때문이다.

특히 학교에 가야할 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심지어 토하는 아이들도 있어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유치원생이나 초·중학생의 약 5% 정도가 한번쯤 학교가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대부분 '분리 불안장애'로 꼽고 있다. 또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장애 등으로 인한 부적응 때문일 수도 있고 숙제나 시험에 대한 중압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경우 등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꾀병으로 여기고 강제로나 '혼을 내' 학교에 보내고 있는 데 자칫 이를 방관하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분리 불안장애

1차적 양육자인 엄마와 떨어지는데 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대부분 부모의 과잉 보호나 부모와의 조기 이별 경험이 있을 때 나타난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만 3세가 되어야 비로소 '대상의 항상성'이라는 것이 형성돼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런 능력이 형성되기 전에 엄마에게서 떼어놓는 것은 아이를 몹시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마음의 상처와 불안은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가 인생의 어떤 중요한 시기에 증상으로 드러날 수 있다.

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등교 거부와 같은 증상을 보이게 되면 단계적으로 엄마와 떨어지는 훈련 등 행동 요법으로 급한 불을 꺼서 일단 학교에 다시 보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증세가 심한 아이의 경우 부모가 처음에 같이 학교에 가거나 부모와 연락수단을 확보해 주는 등 서서히 떼어놓는 방법을 쓰는 것도 좋다. 또 아이가 엄마와 잘 떨어지면 칭찬해주기, 혼자 심부름하기, 따로 잠자기 등 목표를 세워 차근 차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간혹 자녀보다 부모가 아이와 헤어지는 것을 더 힘들어 하고 과도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장애로 인해 감정 조절과 주의 집중이 안돼 일부 교과를 빼고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적 스트레스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학교내외의 폭력, 집단따돌림(이지메)을 비롯해 성적 부진, 부모 또는 가족의 사망이나 자살 및 부모 갈등, 형제간 차별 등 가정문제, 친구 사귀기 어려움 등 또래와의 문제, 교사와의 관계 등 학교와 관련된 문제,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모든 질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방이듯 스트레스에 대한 예방이 중요하다.

소아·청소년들은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가 단절되었을 때 스트레스의 적절한 배출구를 찾지 못한다. 소아·청소년들은 자신이 겪는 스트레스를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때는 야단치지 말고, 부모의 어릴적 경험을 들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아이를 격려해야 한다. 또 수시로 담임교사와 연락해 아이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2~3개월 이렇게 노력해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방문해야 한다.
<도움말:박이진 가톨릭대학교 성모자애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