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구지설(如口之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속 마음을 제 때 알아차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 남편이나 아내를 뜻하는 말이다. 혀(舌)는 눈·입술과 함께 몸의 '3대 여구지설’로 통한다. 혀는 유두라는 돌기의 미뢰를 통해 맛을 느낄 뿐 아니라 병이 생기면 색깔, 굳기, 통증 등 다양한 신호를 보내 개인의 건강상태를 알려준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의 혀는 산뜻한 핑크색 또는 약간의 흰색이 섞인 핑크색이다. 보통사람보다 설태(백태, 혓바닥에 끼는 이물질)가 많다거나, 혀의 색깔이 비정상적으로 붉거나, 창백한 것은 혀의 이상상태를 나타낸다.

#설태(舌苔)는 속병의 조짐?

혀의 윗면에 회백색의 이끼와 같은 이물질이 생기는 것이 '설태(舌苔)'다. 설태는 신물이 자주 넘어오거나 위장의 괄약근이 이완된 사람에게 자주 생긴다. 과음 후 토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설태가 많다. 높은 열이 나는 병이나 위장병, 구내염 등으로 생기지만 회복되면 곧 없어진다.

혀에 갈색 또는 암갈색의 이끼 같은 것이 달라붙으면 위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위염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항생제 과용으로 생기는 검은 설태도 있다. 가끔 감기가 낫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검은 설태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혀가 창백하면 빈혈, 청자색이면 선천성 심장기형을 의심할 수 있다. 불그레한 '딸기 혀'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연쇄상구균 등 감염 질환이 원인. 폐렴과는 무관하다.

#통증은 당뇨 빈혈의 신호

당뇨 빈혈이 있을 때 혀는 통증으로 신호를 보낸다. 당뇨 빈혈로 유두가 없어지면서 혓바닥이 매끈해져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당뇨 빈혈이 아닌데도 김치 등 맵고 짠 음식을 먹을 때 혀가 아프면 비타민 부족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혀가 굳어져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똑똑하지 않으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것. 고열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뇌졸중 등이 왔을 때 혀 신경이 다치면 혀를 마음대로 놀리지 못한다.

#염증이 오래가면 암 의심

담배를 많이 피거나 과음한 다음날 혀에 자주 궤양이 생기지만 며칠 지나면 금방 낫는다. 그러나 궤양이 3주 이상 지속되면서 염증·출혈을 동반한다면 '혀암'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받는 것이 좋다.
혀에 생기는 병은 대부분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 혀암은 치료율이 낮으며, 혀 밑에 암이 생기면 조기 발견을 해도 5년 생존율은 60~70%에 불과하다.

#자가체크와 예방법

혀의 건강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혀를 윗니로 가볍게 문질러 백태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약간 거칠거칠한 감촉이 느껴지면 정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하기 전에 거울을 보며 체크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백태의 색이 짙고 층이 두텁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혀에 가장 유해한 것은 역시 음주와 흡연이다. 과음한 다음 날 혀에 궤양이 생기거나 까칠해지는 등의 반응이 바로 오는 경우가 그 예다. 술, 담배는 바이러스와 함께 혀암의 3대 원인이기도 하다.

규칙적인 식사도 혀 건강에 좋다. 음식을 씹을 때 침이 혀를 깨끗이 청소하기 때문. 야채 과일은 침을 많이 나오게 하는 혀 건강식품이므로 매일 먹는다. 양치질 할 때 혓바닥은 물론 혀의 안쪽까지 구석구석 닦는다. /성남
<도움말: 안순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