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性) 문화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한다.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의 구성애씨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성(性) 이야기는 애써 감추거나 부끄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무지(無智)에서 비롯된 왜곡된 성 문화나 성 건강상식이 건강한 사회, 가정을 해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비뇨기과 한창희 교수(031-820-3128, e-mail:urohan@cmc.cuk.ac.kr)의 진료 일록(日錄)을 통해 성(性)과 관련된 건강상식 '성(性) 다이어리‘를 격주로 연재한다.

1.뼈도 아닌데 골절이?
 
어느 날 아침 진료가 시작되자 건장한 젊은 남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섰다. 순간 그의 아랫도리에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직감하고 물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새벽에 부부관계를 하는데 갑자기 '뚝'소리가 나더니 성기가 심하게 아프면서 온통 피멍이 들어 너무 놀라 이렇게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어린애 팔뚝만해진 그의 성기는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져 있었다.
 
“음경이 부러진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격렬히 하셨군요. 수술해야 되겠습니다.”
 
비뇨기과 응급환자중 '음경골절' 환자가 간혹 있다. 일부 동물은 음경에 연골이 있지만 사람에겐 뼈가 없으므로 실제로 음경골절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 음경은 두 개의 음경해면체와 한 개의 요도해면체로 구성돼 있는데 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경해면체는 백막이라는 매우 두꺼운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음경골절이란 이 백막이 파열되는 것으로 평상시에는 발생하지 않으며 외부에서 심한 충격을 받을 경우 드물게 발생한다. 그러므로 음경골절보다 '음경해면체 백막 파열'이 더 정확한 진단명이다. 발기된 음경은 뼈가 있는 듯 단단하며 이 상태에서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백막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다. 이 때 뼈가 부러지듯 '뚝'하는 소리와 함께 음경이 휘어지므로 음경골절이라고 하는 것이다.
 
음경골절은 여성 상위 성행위시 잘 일어나는데 여성상위 체위에서 음경이 질 내 삽입된 상태로 여성이 엉덩이를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음경이 질에서 빠져나오다 다시 삽입되는 과정에 과도하게 꺾이면서 발생한다. 이외에 딱딱한 방바닥에 대고 무리한 자위행위를 하거나 청소년들이 자위행위 도중 부모에게 들켜 놀라서 자신의 음경을 꺾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약 30% 정도에서는 요도손상이 동반된다.
 
음경골절이 일어나는 순간 단단하던 발기는 사라진다. 출혈로 인해 심하게 붓고 피부색이 검푸르게 변하면서 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파열된 백막 반대쪽으로 음경이 구부러진다. 음경골절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파열부위를 찾아서 봉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치료다.
 
치료가 늦으면 영원히 발기가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저하지 말고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손상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너무 무리한 성행위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마치 서커스를 하는 것 같은 기괴한 체위는 잘못하면 성기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수술을 해보니 예상대로 우측 음경해면체 백막이 찢어져 있었다. 고여 있던 피를 제거하고 손상된 백막을 조심스럽게 봉합한 후 수술을 마쳤다.
 
다음날 아침 회진 중에 그의 아내가 물었다. “뼈도 없는데 어떻게 부러지지요? 저 때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