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술은 사랑을 싹 틔우는 우유'라고 비유했고, 에우리피데스는 '술이 없는 곳에는 사랑도 없다'고 했듯이, 술과 섹스는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술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적당할 때는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사랑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된다. 어떤 이는 음주 후 성기능이 더 좋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전혀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적당한 술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신체 긴장을 풀어주며, 피로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상대에 대한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억압을 해소시켜 준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발기장치를 취하게 해 작동되지 않게도 한다.
 
실제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발기 검사를 해보면 발기력이 감소되어 있음을 흔히 본다. 술이 발기장애를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남성호르몬 이상, 간기능 이상, 정신적 요인, 알코올에 의한 신경손상 등으로 생각된다. 술은 남성호르몬의 대사 이상을 초래해 생산을 감소시키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과잉생산을 불러 고환위축, 불임, 여성형유방 등을 초래한다.
 
술은 사정에 이르는 시간에도 영향을 준다. 많은 남성들이 음주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늦어지고 사정이 잘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일부 조루 남성들은 시간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관계 전에 일부러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술로써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습관이 되면 오히려 성욕을 떨어뜨리거나 발기나 사정에 관계되는 신경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술의 악영향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음주는 성적 흥분을 높여주며 부끄러움을 없애 성관계에서 적극적이 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과음하면 정신적·육체적 마비로 인해 성관계를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여성이 음주를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생리가 없어지며 난소의 크기가 줄어들기도 하고 불임이나 자연유산, 유방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임산부가 술을 계속 마시면 태아와 신생아의 발육부진, 안면두부기형 및 저능아 출산율 등이 높아지며 태아의 신체적·정신적인 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과음으로 인한 성관계 장애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주 후 발기장애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실제 발기부전 환자로 전락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과음하거나 매일 술 마시는 습관을 피하는 것이 건강한 성생활에 중요하다. 오죽했으면 셰익스피어까지도 '술은 욕망을 주지만, 행위 능력은 빼앗아가 버린다'고 했겠는가.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