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는 득남 하면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외과의사는 항문을, 비뇨기과의사는 고추와 고환의 이상 여부를 제일 먼저 체크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일반인들은 그저 고추가 있으면 남자, 없으면 여자로 알 뿐 그 이외의 문제에 대해선 걱정이 별로 없다. 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잘못된 의학 상식에 근거해 아이의 장래를 그르치는 일도 종종 보게 된다.
음낭에 고환이 하나밖에 없는 14세의 K군은 '크면 저절로 내려온다’는 할머니의 말만 믿고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검사를 통해 위축된 왼쪽 고환이 뱃속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환이 발견됐다는 소리에 기뻐하는 엄마에게 매정하게 한마디했다. “왜 이리 늦게 병원에 오셨습니까? 뱃속에 오랫동안 있어서 제대로 자라질 못했습니다. 수술해서 고환을 떼어내야 합니다.”
소아비뇨기과에는 이 같이 음낭에서 고환이 만져지질 않아 오는 아이가 많다. 보통 이런 질환을 통틀어서 '잠복고환' 혹은 '정류고환'이라고 한다. 태아의 고환은 태생(임신) 2개월 직전부터 신장 옆에서 형성되기 시작해 4개월께 정상 고환과 같은 모양을 이루게 되고 점차 밑으로 내려와 태생 7개월 이후 음낭 내의 정상 위치로 자리잡게 된다. 인간의 음낭내부는 체온보다 2∼3도 정도 낮다. 이는 고환이 정상적으로 발달해 생식능력을 갖추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고환이 음낭 내에 위치해야만 한다. 고환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고 뱃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 나이가 든 어린이에게선 고환의 모양이 비정상이며 생식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춘기 이후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춘기에서 40세까지의 남자에 있어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 고환암이다. 고환암은 조기 발견시 완치 가능성이 높다. 조기 발견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가검진하는 방법으로 이는 고환이 음낭 내에 위치해야 가능하다. 잠복고환의 치료는 호르몬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지만 현재엔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한다. 일단 고환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서 고환의 상태가 비교적 정상이면 음낭 내 정상 위치로 내려 고정해 준다.
정상적인 어린이라도 성인이 된 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듯이 잠복고환을 가진 남아가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수정능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정상 고환보다는 수정능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조기에 수술을 하는 것이 그 가능성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생후 1년까지(주로 생후 6개월) 기다리면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마취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생후 6개월에서 돌 정도에 수술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한창희의 성 性 다이어리] 11. 뱃속에 숨은 알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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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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