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암-암중모색(癌中摸索)〉

3. 간암 (가제)간암은 소리 없이…B형 간염 예방부터

 간암, 정확히 말해 간세포 암은 간을 이루고 있는 간세포에서 생겨난 악성 종양이다. 간암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상당수가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간암의 발생률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 등엔 간암 환자가 많고, 북유럽이나 미국 등엔 적다. 우리나라의 연간 간암 환자 발생 수는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편으로 인구 10만명당 남자는 28명, 여자는 8명 정도에 달한다. 특히 40·50대의 간암 발생률은 남자 75명, 여자 1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B·C형 간염, 간암의 중요 원인
 B형 간염은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60~70% 정도에서 발견되는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C형 간염과 간경화 역시 간암 발생의 위험이 높다. 이 밖에 여러 원인에 의한 간 질환 환자와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이 생길 수 있다. 간암의 진행정도와 환자의 간 기능 상태에 따라 예후는 다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암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남자 33명, 여자 10명 정도로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암 사망의 원인이다. 특히 40·50대의 간암에 의한 사망률은 오히려 위암보다 높다.

 #간암, 특별한 증상 없다
 간암은 상당수의 환자에게서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기존에 간경변증이나 만성 간염이 있는 사람에게서 주로 생기는데, 간암의 증상과 기존 질환의 증상이 혼동돼 간암이 생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간암의 대표적 증상은 우상복부의 통증이 있고, 종괴가 만져지는 것이다. 기존 간 질환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피로, 쇠약감, 체중 감소 등이 있을 수도 있다.

 #진단과 치료
 간암은 초음파나 CT, MRI, 혈관 촬영 등 영상 검사에서 전형적인 간 종괴가 보이고, 피검사에서 알파피토단백질이란 물질이 증가돼 있으면 간암으로 진단할 수 있다. 영상 검사와 피검사로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엔 조직검사를 통해 간암을 확진하게 된다.

 간암의 치료는 간암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간기능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이용된다. 간암 수술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는 상당히 안전하다. 간암 부위를 완전히 도려내기 때문이다. 간 기능이 좋고 비교적 초기 간암 환자는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 간암이 재발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재발한 경우에도 종양의 범위가 크지 않고 남은 간이 잘 버텨준다면 재수술을 비롯한 여러 치료법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겐 주사 바늘을 이용해 간암 내에 알코올을 직접 주입하거나 고주파로 종괴를 괴사시키는 치료법이 있다. 혈관치료라고도 불리는 간동맥화학색전술도 널리 이용되고 있고 일부에선 간이식, 방사선치료, 항암약물치료 등이 쓰이고 있다.

 #간암의 예방법
 우리나라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B형간염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간염 항체가 없는 사람은 B형간염 백신을 맞아야 하며 특히 신생아 접종은 필수다. B형간염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간염 뿐 아니라 간암을 예방하는데도 성공적인 백신이다. C형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감염경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B형 혹은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서 주로 전염되므로 다른 사람과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 등을 같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문신이나 피어싱, 마약주사 남용 등은 가급적 피하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자제하는 것도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양약 뿐 아니라 한약, 건강보조식품 등 많은 약제들이 주로 간에서 대사가 된다. 간은 약에 의한 피해를 일차적으로 입는 장기다. 따라서 약의 복용에 신중을 기하며 전문의와 상담 후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규칙적 운동과 균형있는 음식물 섭취를 통해 과체중 혹은 비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간질환은 정도가 심하기 전에는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우상복부 통증이나 만져지는 종괴, 체중감소, 피로감, 황달 등의 이상 징후가 생기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식이요법만으로는 간암을 완치시킬 수 없다. 우리 곁에는 수많은 암의 특효약이라 소문난 것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이들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때로는 부작용으로 치료 과정에 방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여기에만 의존하다가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수도 드물지 않으므로 현혹되지 않는 것이 좋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남
〈도움말: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