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전선에도 겨울철 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고혈압은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전체 성인 인구의 약 25%로 추정되고 있고 고령화와 짜고 자극적인 식생활 등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도 매년 3천700만명의 사람들이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경험하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이 심혈관계 질환 유발의 촉매 역할을 한다는 연구보고가 속속 발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부터 익년 2월까지 겨울철에 평균 10∼25% 증가한다. 이는 겨울철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체열발산을 막기 위해 혈관 수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피의 공급이 줄게 된 심장은 떨어진 체온을 올리기 위해 더 빠르게 운동, 결과적으로 혈압을 상승시켜 심장에 커다란 부하를 줘 뇌출혈로 쓰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이 높거나 협심증 등 허혈성 심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겨울철 심장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실외에 나갈 때는 충분히 옷을 껴입어야 하고 목도리나 머플러 등을 이용해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혈압 관리의 기본은 음식조절과 운동, 그리고 생활습관 교정이다. 고혈압을 부추기는 음식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즐겨먹는 김치나 젓갈류, 절여 먹는 음식이나 각종 찌개류 등이다. 겨울철에 짜고 자극적인 식습관은 고혈압을 유발할 뿐 아니라 고혈압 약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고혈압 예방을 위해선 늘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하루 소금 섭취는 6g 이하가 적당하다.

 음식조절과 함께 꾸준한 체중관리와 지속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국민고혈압사업단에 따르면 체중이 10㎏ 감소할 때마다 5∼20㎜Hg의 혈압강하 효과가 나타나고,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4∼9㎜Hg 정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치료 초기 3∼6개월 동안 이런 생활요법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운 겨울에는 야외 보다는 실내에서 운동하고 골프를 치거나 등산시 40대 이상은 혈압의 변동이 우려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술과 담배는 절대 피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일시적으로 혈압 상승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협심증 환자도 마찬가지다. 폭음과 지나친 흡연으로 인해 급성심근경색증을 불러 올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일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고혈압 및 심장 질환의 예방에 중요하다.
〈안태훈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