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이 31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용환 금감위 대변인은 이날 "이정재 위원장이 '최근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물러날 때라고 생각해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금감원의 기능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이 나온 것과 관련, 거취를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휴가를 갔다가 이날 처음 출근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금감위 부위원장과 재경부 차관을 지낸 뒤 법무법 인 율촌에 몸담았다가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2003년 3월 금감위원장에 취임했 었다.


[이 금감위원장 사의표명 배경과 전망]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이 31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 배경과 앞으로 후임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사표제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아직 수리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결국 수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먼저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은 금융감독기구 개편, 카드특감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작년말부터 시작된 카드특감에 시달려 왔으며 최근에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 개편과 관련, 금감원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왔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원 노조가 감독기구 개편과 관련해 하루 전인 30일 '신관치금융 부활 음모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삭발까지 단행한게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금감위는 재정경제부로부터 금융감독법률 제.개정권을 받아 역할이 강화되는 반면 금감원은 단순 검사업무만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노조는 성명서 발표와 삭발을 한데 이어 조만간 이 위원장의 사퇴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또 금감원 내부에서는 카드사태와 관련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공무원 조직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금감원의 담당 부원장에 대해서 인사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의 요구를 대변할 수도 없고 정부의 방침에 따를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서 고민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카드 부실과 관련, 감사원이 이 위원장의 여신감독규정 위반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고 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2003년 당시 LG및 외환카드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할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도 유예된 만큼 김진표 부총리와 이 금감위원장이 여신감독규정을 위반했다"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의 질의에 "여신감독규정 위반문제는 한번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휴가였던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피곤했는데 이틀연속 대내외적인 공격에 시달리자 사의표명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사표 수리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후임 인사 선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데다 불안한 행보가 계속되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빨리 후속인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으로는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과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윤증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위원장은 개혁적인 성향이 현 정부의 기조와 맞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중책을 맡아왔으며 나란히 행정고시 14회인 유 총재와 정 전 총재는 금융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통 관료출신이다.

또 행시 10회인 윤 이사는 재경부 금융정책실장 출신이며 이헌재 부총리가 입각할 당시에도 금감위원장 후보로 거론됐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