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최규하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8일 최규하 전 대통령 방문을 시작으로 이번주 전직 대통령 4명을 잇따라 예방한다.

지난 '7·19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으로 복귀한 박 대표가 제1야당 지도자로서 전직 국가수반들을 연쇄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 일시 입원하는 최규하 전 대통령을 병원에서 만나 홍기 여사의 별세를 위로하고, 국정 현안 등에 관해 조언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박 대표는 9일 전두환, 10일 김영삼,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날 계획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외유 중이어서 아직까지 예방일자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의 전직 대통령 '릴레이' 방문에 대해 “분열과 갈등, 편가르기로 모두가 상처입고 모두가 피해자가 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화합과 통일이기 때문에 박 대표는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전직 대통령 방문을 통해 현정부의 국가 정체성과 친일진상규명관련 움직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화된 대북정책과 호남 화해책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박 대표의 전직 대통령 '순례'에 열린우리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호남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과반 여당이 됐다는 점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특히 6·5 재·보선에서 표출된 '호남소외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박 대표의 DJ 예방이 '서진(西進) 정책'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광주가 지역구인 김태홍 의원은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에 우호적인 태도로 나서는 등 여러모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부·여당에 대해 “정신차려야 한다. 당 보다 청와대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종걸 의원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간 슈뢰더 독일 총리처럼 과거 앞에 무릎 꿇고 눈물 흘리는 것이 정치지도자로서 해야할 일”이라며 “여야를 떠난 국민 입장에선 환영하고 바람직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여당측이 박 대표의 DJ 예방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동교동도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J가 8·15를 앞두고 인터뷰도 사양하는 등 6·15 4주년 행사 후 '정중동'의 자세를 견지해온 상황에서 박 대표와의 회동이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낳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