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신도시에 거주하는 이영숙(48)씨는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 공항신도시에서 신촌까지는 버스로 40분 거리지만 이씨는 인천 주안에서 아들의 자취방을 마련해 오가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순전히 교통비 때문이다. 아들이 집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교통비만 하루에 일반 리무진 버스요금으로 1만4천원(왕복)이 들어간다. 한달에 무려 30여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형편.
올해 딸마저 인천 모대학에 입학한 터라 결국 이씨는 두 자녀를 자취를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교통비만 월 50만원 이상 지출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씨의 하소연이다.
영종 구도심에 거주하는 김동수(45)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인천 친척집에 고등학생 자녀를 맡겼다. 통학거리는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지만 한달에 교통비만 15만원 이상 들기 때문이다.
공항신도시는 이미 1일 생활권이면서도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은 '인천'과 동떨어져 있다.
이 곳 주민들이 버스를 이용해 '밖'으로 나가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렇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잠실을 가려면 일반 리무진버스를 타야 한다. 그런데 45분 정도 걸리는 이동거리에 6천500원을 내야 한다.
초등학생 이상을 둔 4인 가족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을 한번 구경가려면 버스비만 왕복 5만원이상 들기 때문에 아예 승용차로 다니는 게 경제적이다.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교통비를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인천 남구 관교동 종합터미널에서 서울 잠실을 가는 데 들어가는 교통비는 3천400원이다. 인천 영종에서 가는 이동거리는 비슷한데도 버스요금은 두배 가량 차이를 보인다.
인천 종합터미널에서 수원까지 요금도 3천400원. 하지만 영종에서는 일반 리무진버스밖에 없고 요금도 무려 1만2천원에 이른다. 무려 3배 정도 비싼 셈이다.
이렇게 버스요금이 비싼 것은 공항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다리(영종대교)를 건넜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다.
동인천에서 영종공항을 오가는 좌석버스(리무진)를 타보면 이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동인천에서 북인천 톨게이트 이전까지의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와 같이 적용해 1천원을 받는다. 그런데 영종대교를 건너면 2천원이 더 붙어 3천원을 내야 한다.
50%의 할인요금을 적용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동인천에서 서구까지 500원이지만 영종까지 가면 2천500원을 내야 한다. 거리와 상관없이 영종대교를 지나면서부터 늘어나는 것이다.
공항 신도시에 사는 주부들은 대개 1주일에 한번씩 인천이나 서울, 김포 등지로 나가 장을 본다. 신도시 자체에 편익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함께 나갈 경우 인천은 1만5천원 이상 서울은 4만원 이상 교통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은 아예 장보러 갈 때 카풀을 한다.
대중교통시설이라 불리는 버스가 이렇듯 영종지역과 공항을 오간다 해서 많게는 3배까지 비싼 버스요금을 지출해야 하니 이 곳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50% 할인해 준다. 그러나 버스에는 요금할인 혜택이 없다. 영종지역이 인천광역시에 속한데다 같은 인천권역에서 영종 주민들만 할인해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또 버스요금을 일반 시내버스와 같이 적용할 경우 버스업체의 운영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업체는 업체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고통을 겪는 등 한달 생활비에서 30% 가량 차지하는 영종지역의 교통비 지출 부담은 도시활성화에 아주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교통비 부담으로 인한 '이산가족'도 계속 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지역여론이다.
'공항신도시 살면 버스료 3배'
입력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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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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