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당국은 2020년을 지향하는 경기도를 ‘동북아의 경제 허브(Hub)’, ‘남북교류협력과 통일기지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경기도의 정체성 부재와 미래발전 방향의 모호성 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신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및 기업체 지방이전, 수도권 지역 난개발, 중국경제의 급부상 등 경기도가 처한 국내외의 도전과 환경은 경기도의 미래를 낙관만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필자가 경인일보와 공동으로 경기지역 사회지도층 인사를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하면 ‘서울과 가까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지역특산물이나 문화재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경기도 자아(自我)로서의 독특한 매력이나 제대로 내세울만한 대표적인 브랜드와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우며 1천만 도민을 하나로 묶을 구심체로서의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역정체성이란 한 지역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집합적인 자아의식으로서 그 지역에 대한 소속의식과 감정, 같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우리의식(we-feeling)과 감정, 지역과 지역주민들의 평가와 감정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도민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지역정체성을 뜻하는 말과 가까운 것이다.

경기도는 종합성과 복잡성을 가진 지역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역정체성을 찾기가 어렵고 동시에 무궁한 발전 잠재력을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공간구조상으로 그 중심부를 서울이 점유하고 있으며 북부와 남부, 개발지역과 낙후지역으로 구별되는 내부의 분할선이 엄연히 존재한다.

인구구조상으로도 주민의 상당수가 다양한 지역 출신으로 이루어진 멜팅팟(melting pot)으로서의 장소적·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경기도는 지역균형발전과 사회통합, 남북통일과 국가경쟁력을 주도하는 전초기지로서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해야할 책무와 잠재력을 동시에 가진 곳이다.

경기도의 서울근접성 역시 지역경제 성장과 경쟁력 차원에서는 발전과 혁신의 파급효과를 흡수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서울과 대비되는 독자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다수의 도 오피니언 리더들이 경기도를 경제중심지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정치사회적으로는 경기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에서도 방증되는 것이다.

정체성은 역사적 사건의 결과일 뿐 아니라 지역 내부의 여러 집단들이 정체성 확립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실이기도 하다. 그것은 여러 영역과 부문과 인재가 상호 네트워킹(Networking)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각계의 참여와 정신을 조직화한다는 전제조건하에서 이루어지는 열매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상호작용은 지역의 미래가 요청하는 창조성과 혁신능력을 촉진하며 예측 불가능한 미래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언뜻 보면 언어유희(言語遊戱)같기도 한 정체성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차원에서 경인일보가 창간 44주년을 맞아 ‘경기사랑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정책보다도 경기도가 우선해야할 시급한 일은 '경기도는 무엇인가? 경기도민은 누구인가? 경기도의 나갈 길은 무엇인가? 그 구체적인 참여와 실행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일이다.

주체성이 없는 개인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고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듯이 정체성이 없는 지역은 단지 중심부(서울)의 보조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아류(亞流)지역으로서의 기능에 만족해야할 따름이다. ‘애향심, 정주의식, 정체성’ 이런 말들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게 하고 우리가 나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김광남(리서치월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