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해도 고향 내려갈 돈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네요.”
화성의 O선반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이모(31)씨는 추석을 앞둔 16일 초췌한 모습으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2001년 3월 어렵사리 취직해 3년 넘게 열심히 땀흘려 일했지만 지난 2월부터 월급을 받지못했다. 참다못한 이씨는 석달후 밀린 월급명세서만 들고 회사를 나왔고 내친 김에 노동사무소를 찾아가 진정서를 제출하고 업체사장을 만나 밀린 임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임금을 못받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니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퇴직금은 고사하고 제때 받지 못한 월급이 지금 이순간 너무 아쉬울 뿐”이라는 이씨는 “그돈이라도 있으면 사과 한상자 사들고 고향에라도 내려갈텐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씨의 경우처럼 최악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제때 받지 못해 무일푼으로 우울한 추석을 보내야 하는 근로자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16일 경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경인지역 체불임금 발생총액은 714억100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489억원에 비해 무려 45.8%가 늘었고 피해 근로자수도 전년도 1만4천530명에 비해 30%이상 늘어난 1만9천383명에 달한다. 또 체불사업장은 1천131곳으로 전년도 934곳보다 20%이상 늘어났다.
여기에다 702개 업체의 체불임금 497억원은 미청산 상태로 남아있고 이중 255개 업체만이 정상가동중이고 나머지 447곳은 폐업과 휴업중인 것으로 확인돼 막대한 체불액이 결국 장기화로 이어져 업체 종사자들의 생활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지만 밀린 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고 어렵게 받는다고 해도 또다시 수개월이 지나서야 가능하기 때문에 궁핍한 생활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 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업체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영세중소기업 체불임금 증가원인·대책
건국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대폭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수개월씩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극심한 생계곤란까지 겪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추석을 앞두고 9월 한달동안 '추석대비 근로자 체불임금 청산활동'을 강화해 중소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체불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 추진중에 있다.
▷체불임금 실태
경인지방노동청은 지난 8월말까지 경인지역내 임금 및 퇴직금 체불현황을 파악한 결과 체불임금 발생총액이 714억1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515억2천300만원, 건설업 69억3천800만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35억5천100만원, 금융 및 서비스업 47억4천200만원 등으로 내수부진과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려온 중소 제조업체의 임금체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역별로는 임금이 422억6천만원, 퇴직금 258억1천100만원, 상여금 등 기타 33억3천만원 순이고 지역별로 보면 수원이 260억9천900만원, 성남 96억4천900만원, 부천 87억9천100만원 지역내 근로인구수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의 체불업체는 종업원 3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이들 사업장의 체불액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본력과 기술경쟁력이 열악한 영세 제조업체의 휴·폐업과 도산에 따른 임금체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체불임금 증가원인
시화공단과 남동공단 등 중소업체들이 대규모로 밀집된 수도권내 공단은 예년의 추석을 앞두고 주문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새 공장을 가동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서부지역본부가 이달 초 시화공단과 남동공단에 입주해 있는 총 7천여개 업체들 중 업체 규모별로 500여개 업체를 선정, 표본조사한 결과 올 추석에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10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장기적인 내수침체로 공장 가동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소득은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고 금융권을 통한 자금 확보의 어려움 또한 영세사업장의 지속적 자금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대부분 영세사업장은 하도급으로 주문을 받아 완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보니 원청회사의 경영난으로 대금지불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같은 경기불황적 요소뿐만 아니라 일부 사업주들은 경영상의 곤란을 문제삼아 상습체불 및 재산은닉
경인지역 체불임금 급증 '우울한 추석'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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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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