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국가산업단지가 총체적 위기다. 기업환경이 날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동산단에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는 갈수록 줄어든다. 오히려 있는 업체마저 시화·김포·화성 등지로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곳의 업체 대표, 근로자 등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깊은 불황의 여파로 매출은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데다 기업환경은 더욱 더 나빠지고 있다.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벌어들이는 것 보다 지출할 비용이 늘어나 견디지 못한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남동산단은 지난 1988년 조성될 때 평당 17만원에 분양됐다. 지금은 거래가격이 400만원을 넘어섰다. 18년만에 24배가량 오른 셈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정책으로 아파트·상가 등에 몰렸던 투기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다가 공장용지로 쏠리면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이후 남동산단에서의 임대사업을 허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운영이 어려워진 업체들은 땅을 쪼개기 시작했다. 공장가동을 줄이고 남은 땅은 다른 영세업체에 임대를 줘 경영난을 극복하려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본부자료에 따르면 남동산단 소재 4천100여개 제조업체의 공장용지중 53.9%가 분할매각·임대 등을 통해 쪼개졌다.

이 일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46)씨는 “공장용지의 가격이 250만~300만원대에 머물고 있던 지난해 말 공단 땅을 사려는 이가 몰려들면서 땅값이 또 뛰기 시작했다”며 “특히 금융기관에서 공장용지에 대한 담보대출 한도를 아파트 등 보다 높게 책정, 땅값 상승을 부추긴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등의 담보대출 한도는 60% 수준이지만 공장용지는 무려 90%에 달한다는 것이다. 남의 돈(금융기관)으로 땅을 사 임대를 주면 이자는 물론이고 땅값 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 남동산단의 임대사업은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왔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더 이상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한 J정밀·M엔지니어링 등이 이미 안산 시화공단, 충북 충주 등지로 떠났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업체들이 겪는 고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통난으로 인한 물류비용과 원자재, 유가 등이 상승하면서 채산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출·퇴근 때 1㎞를 통과하는데 30여 분씩 걸리고 주차전쟁에 인력난까지 겹쳐 마음고생이 심하다.

최근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www.recruit.co.kr)가 인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인천 남동산단에 위치한 기업(종업원 15인이상) 16개사를 대상으로 `인력실태'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입사자 보다 많은 인력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천상공회의소 부설 인천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기업사랑운동의 실천전략'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남동산단 근로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동산단이란 이름을 좋아하는가'란 질문에 조사대상 근로자의 90%가 `싫어한다'고 답했다. 80%는 남동산단이란 이름을 바꾸기를 원하기도 했다.

조사대상 근로자의 70%는 `남동산단에서 근무하는 사실을 밝히기가 꺼려진다'고 응답했다. 근로자 복지 문제, 저임금, 과노동, 열악한 근로조건 등 제조업 관련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하다는 반증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남동산단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동산단의 체질을 확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근의 남동택지개발, 송도 국제도시 조성 등으로 주변의 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기존 제조업체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돼야 하고 산업구조도 첨단업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 한번 남동산단이 살 수 있는 길을 찾는데 힘을 모아보자.

/장 철 순(인천본사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