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2일 사흘째로 접어들었으나 의약품 분과가 이틀째 협상을 벌이지 못하고 중단되는 등 주요 협상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첫날 협상이 지난 11일 열렸으나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국측이 반발, 첫날부터 협상이 중단돼 이틀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등재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날 열린 자동차작업반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자동차 세제의 세금부과 기준을 배기량에서 가격, 연비 기준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는 이 경우 세금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에 세제기준을 바꾸기 어렵다고 맞섰다.

또 쌀시장 개방 여부를 놓고 우리측은 국내 농업의 특수성을 감안,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관세감축 ▲세이프가드(일시적 긴급수입제한조치) 도입 등을 내세우며 개방을 요구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개성공단 문제도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돌발변수'가 불거진데다 미국측의 반대가 워낙 심해 사실상 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한편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농민·시민 단체 회원들이 우천에도 불구하고 시내 곳곳에서 항의집회를 강행하는 등 `반(反)FTA'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