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를 비롯한 고양시의 상습 침수피해는 도시 설계가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강 수위와 높이가 비슷한 지표면에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도시 건설 당시 도시전문가들이 2m 가량 복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토지공사는 1조원 가량 공사비가 추가된다며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이다. 한강 제방이 어떤 강우도 막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계산 아래 400만평이 넘는 신도시를 세웠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도시 건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배수에 소홀했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게다가 빗물이 흘러나갈 관로의 경사도도 제대로 설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집중호우로 한꺼번에 빗물이 몰려들 경우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계 당시의 오판과 하자는 정밀 검증을 해보아야 정확히 드러날 것이지만, 지난주 비로 도시가 마비되는 침수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이같은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해 주고도 남는 듯하다. 80~90년대에 몇차례나 고양 일대 한강제방이 붕괴돼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상기했다면, 단순히 한강제방 보강만으로 안이하게 대처할 사안은 아니었다.
물론 이제와서 신도시를 새롭게 복토할 수는 없다. 하지만 2~3년 주기로 한강 일대에 예상을 뛰어넘는 큰 비가 내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한강으로 빼낼 집수지와 배수펌프장을 대폭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우수관로와 하수관로도 가능하다면 전면 점검해서 준설이 필요한 곳은 준설하고 재설치가 가능한 곳은 손을 봐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100년 단위의 강수량 통계를 기본으로 더이상 도시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를 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건설예정인 김포신도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양 건너편 한강 하류에 위치한 김포시도 상습적인 침수 공포에 시달려온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역시 일산처럼 복토 비용을 아끼려 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든 한강 하상보다는 높게 지반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배수시설 역시 일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거를 설치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도시전문가들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기 바란다.
복토비 아끼려다 상습침수 당한다니
입력 2006-07-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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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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